1975년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칠기에 새겨진 명문 ‘마랑’이 고대 중국 바둑 최고수의 이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칠기는 중국에서 제작된 것으로 밝혀졌으나, 그동안 이 명문이 중국인, 신라인 중 누구와 관련이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신라고고학을 전공한 이은석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연구과장과 정일 목포대 중국언어와문화학과 교수는 7일 중앙문화재연구원의 학술지 ‘중앙고고연구’ 최신호를 통해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두 사람은 “마랑은 3~4세기 대 중국 서진(266~316) 시기에 활약한 바둑의 최고수로 바둑 성인인 ‘기성’의 칭호를 얻었던 인물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마랑은 중국에서도 기록만 남아있을 뿐, 바둑 관련 유물로 실물이 확인된 것은 황남대총 남분칠기에서 처음이다.
‘마랑’이란 단어는 중국 사상가 갈홍이 저술한 ‘포박자’에 있는 문장에서 발견된다. ‘포박자’에는 “마랑은 자가 수명이며, 바둑 기술에서 적수가 없으니 기성이라는 칭호가 있다”고 적혀있다.
마랑이 기성이었다는 사실은 다른 문헌에서도 확인된다. 정 교수에 따르면 송나라 학자 정초가 펴낸 ‘통지’에는 “원강 연간(291~299)에 조왕 (사마)륜의 사인(개인 저택 관리인)인 마랑이 위기세(바둑 전문서) 29권을 편찬했다”고 적혀있다.
이를 토대로 이 과장과 정 교수는 바둑이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백제 개로왕(?~475) 대 바둑관련 기록보다 이른 시기인 4세기 신라에 전해졌을 것이라 판단했다. 또 황남대총 남분, 천마총, 금관총 등 5~6세기대 고분에서 출토된 둥근 자갈도 바둑돌임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당시 신라의 국제교역 수준이 매우 활성화됐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며 “당시 백제 중심으로 해상활동이 이뤄졌다는 인식을 확대해 신라도 (해상 무역에서) 역할을 충분히 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문 ‘마랑’이 새겨진 칠기는 문화재관리국이 1973~1975년 황남대총 남분과 북분에 대한 발굴을 실시해 출토한 7만여 점의 유물 가운데 하나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