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추진되는 국립박물관단지 건립사업이 제 때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지지부진하고 있다. 사업 주체기관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건설청)이 2023년 개관하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공염불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7일 건설청에 따르면 행정도시 중앙공원과 금강이 접한 19만㎡ 부지에 다양한 박물관을 집적한 국립박물관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설청은 1단계로 7만5,000㎡ 부지에 국가기록박물관을 비롯해 어린이 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 건축ㆍ도시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등 5개 박물관과 통합수장고, 통합운영센터 등 2개 통합시설을 조성할 계획이다. 총 예산은 4,552억원으로 2023년까지 사업을 완료하겠다고 건설청은 발표했다.
국립박물관단지는 호수공원과 우여곡절 끝에 추진 중인 중앙공원, 국립수목원과 더불어 세종시 대표 핵심 문화벨트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기재부의 문턱을 넘지 못해 목표한 2023년 전면 개관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다.
5개 박물관 가운데 어린이박물관만 2017년부터 예산이 반영돼 설계 및 토지매입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도 어린이박물관과 통합시설 조성비로 달랑 122억원만 반영돼 있다.
국가기록박물관(508억원ㆍ연면적 8,794㎡), 디자인박물관(884억원ㆍ1만4,071㎡), 도시건축박물관(1,238억원ㆍ1만7,050㎡), 디지털문화영상관(524억ㆍ8,548㎡) 등 4개 사업은 정부 예산에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건설청이 1개 박물관 정도만이라도 예산을 반영해 달라고 재정당국에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세종시도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도시건축박물관 설계비(14억원)가 반영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희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기재부가 도시건축, 디자인 등 개별박물관에 대해선 미지원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단계 부지(11만5,000㎡)에 계획 중인 박물관 건립 계획도 제자리 걸음이다.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 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치에 나선 국립민속박물관도 전직 관장 등 문화계 원로의 극렬한 이전 반대로 난항이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문화관, 민간박물관의 유치 작업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워싱턴 D.C의 스미스 소니언 박물관(협회) 등 세계적 명성을 가진 박물관단지에 버금가게 국립박물관단지를 조성하겠다던 계획은 물 건너갈 처지에 놓였다.
건설청 관계자는 “국립박물관단지 조성의 필요성 등을 적극 설명하며 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실정”이라며 “앞으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1단계 사업이 추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국립자연사박물관 등 2단계 시설물 유치도 내년에는 성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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