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물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 한은 연내 금리인상 전망 한층 높아져
임지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7일 “2016년 이후 원ㆍ달러 환율은 절상(원화가치 상승) 추세를 보이며 국내 물가를 낮추는 압력으로 작용했다”며 “올해 들어서는 환율이 (원화 절하로)추세 전환을 시도하면서 국내 물가에 대한 하방 압력도 이전보다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물가가 최근 수년 간 한은의 관리 목표(2%)를 밑돌았던 데에는 원화 강세에 따른 낮은 수입물가가 일정 부분 작용했지만, 올해 와서는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세(원화 약세)를 타면서 환율이 물가를 누르는 힘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앞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발언으로 이달 말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전망도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임 위원은 이날 출입기자단 대상 강연에서 환율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환율은 수입물가를 통해 국내 물가에 영향을 주는데 원ㆍ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강세)하면 국내 소비자물가가 오르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원자재의 70% 이상, 중간재의 20%가량을 수입으로 조달하는 우리나라 상황에선 환율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위원은 원화 환율 추이를 예측하는 유용한 지표로 글로벌 경기를 꼽았다. 원화 환율과 세계경제 성장률을 살펴보면 글로벌 경기가 호조일 때 원화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수출 및 주식시장을 통한 자본유입 △위험자산 투자 심리 강화가 그 경로다. 마찬가지 이유로 세계 경기가 나쁠 땐 원화도 약세를 보인다. 이에 비해 원화 환율 예측에 자주 쓰이는 또 다른 지표인 경상수지(흑자 규모 확대 땐 원화 강세)와 내외금리차(한미 금리차 확대 땐 원화 약세)는 글로벌 경기 악화, 달러 유동성 축소(미국 금리 인상) 등 특정 상황이 조성돼야 원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임 위원은 “글로벌 경기 둔화기에 대외건전성이 나쁘거나 내외금리차가 커지면 원화 가치가 보다 급속히 하락할 수 있고 그만큼 물가에 대한 상방 압력도 가중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임 위원은 세계경기가 당분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당장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은 그간 한은의 기준금리 조정이 경기 국면이 바뀐 후에야 뒤늦게 이뤄진 것도 환율과 관련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예컨대 경기가 하강할 땐 물가가 떨어져야 정상인데 원화 가치가 급락하며 물가를 떠받치는 탓에 한은이 경기 국면 전환을 제때 파악해 금리를 신속히 내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 위원은 “환율은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거시변수이자 기저물가 흐름을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라며 “환율 움직임과 기저물가 흐름의 연관성에 대한 보다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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