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5일 오후 6시 서울 홍익대 인근 주차창 골목. “붙잡고도 싶었지만 나도 결국엔 안될 걸 알기에~”. 보컬 그룹 노을은 퇴근 시간에 맞춰 거리로 나와 데뷔곡 ‘붙잡고도’(2002)를 열창했다. 가수 활동 16년째에 접어든 이들이 길거리에서 공연하기는 처음이다.
“버스킹(길거리 공연)은 사람 자체가 가수에게 무대가 돼주더라고요. (너무 가까워) 사람 안에 들어가서 노래하는 기분이랄까요?” 6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노을 멤버 강균성은 길거리 공연의 매력에 흠뻑 빠진 눈치였다. 그는 “앞으론 스피커나 마이크 없이 노래하고 싶다”라고 바랐다.
노을은 이날 새 앨범 ‘별’을 냈다. 2015년 발표한 ‘보이지 않은 것들’ 이후 3년 만에 낸 신작이다. 노을은 청취자들에게 ‘당신은 별처럼 빛나는 소중한 존재’라는 따뜻함을 전하고 싶어 앨범 화두를 별로 잡았다.
“청년은 취업도 안 되고, 꿈꾸는 것조차도 쉽지 않죠. 미래를 꿈꿀 수 있어야 힘이 나는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사는 게 힘든 거고요. 사는 게 힘들고 만만치 않지만,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잘 살고 있다 그런 말을 해주고 싶었어요.”(나성호)
새 앨범 타이틀곡인 ‘너는 어땠을까’는 피아노와 현악 연주가 어우러진 ‘노을표 발라드곡’이다. 강균성 나성호 전우성 이상훈 네 멤버가 경쟁하듯 목소리를 뽐내지 않고 물 흐르듯 노래를 이어가 듣기에 편하다. 새 앨범엔 요즘 젊은층에 사랑 받고 있는 남성 듀오 멜로망스의 정동환이 작곡한 ‘고마워요’ 등을 실어 노을의 음악에 새로움을 줬다.
낭만적인 팀 명과 달리 노을의 가수 생활은 파란만장했다. 노을은 JYP엔터테인먼트(JYP)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2002년 1집을 냈으나 빛을 보지 못했다. 더 노래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이유로 노을은 다시 연습생 신분으로 돌아갔다. JYP를 나온 뒤엔 2~3번 기획사를 옮겨 다니며 마음고생도 했다. 5년(2006~2011)이란 활동 공백도 있었지만, 네 멤버는 서로의 손을 한 번도 놓지 않았다.
“5년의 공백이 우릴 더 단단하게 한 것 같아요. 무대의 소중함을 깨달아 서로 조금씩 양보도 하게 됐고요. 뜻을 모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그 때 깨달았다고 할까요?”(나성호)
“공백기에 팬 분들이 한 푼 두 푼 모아서 팬 미팅을 열어준 적이 있어요. 우리가 회사(기획사)가 없었거든요. 그때 정말 고마웠죠.”(이상곤)
활동엔 고비가 많았지만 노을은 ‘그리워 그리워’ ‘청혼’ 등의 노래로 사랑받았다. 노을은 모험도 꿈꿨다. 강균성과 이상곤은 “헤비메탈 음악을 하고 싶다”며 웃었다. 발라드란 장르에서 담지 못하는 이야기를 록 음악이나 힙합 음악으로 풀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노을은 17일 대구를 시작으로 내년 1월까지 전국 순회공연을 잇는다. 강균성은 “옛날가수라 불려도 좋다. 그만큼 시간을 버텨오고 걸어왔다는 것”이라며 “이문세 선배처럼 음악을 놓치지 않고 계속 활동을 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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