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복부 통증으로 입원한 8살 아이의 증상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해 사망케 한 의사 3명에게 금고형을 선고한 판결을 두고 의사와 환자 단체가 정면 충돌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가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하는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진이 형사책임까지 지도록 하는 일은 과도하다며 진료거부권 도입을 주장하자, 환자 단체가 의협의 비상식적인 주장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암시민연대, 한국신장암환우회 등 환자단체와 의료사고 피해자ㆍ유족 단체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의협 임시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은 충분히 예방 가능했던 의료사고가 의사들의 주의의무 위반 과실로 발생한 경우라면 법정 구속도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2013년 5월 4차례나 복부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아동 환자 신모(8)군의 횡경막탈장 및 혈흉을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고 변비로 인한 통증으로 오진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의사 3명의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를 인정해 금고 1년~1년6개월형을 각각 선고하고 이들을 법정 구속했다.
의협은 판결에 반발해 곧장 단체행동에 나섰다. 최대집 의협 회장 등 집행부는 지난달 25일 성남지원 앞에서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불가피한 결과의 책임을 의사에게 전가시킨 것은 매우 부당한 결정”이라며 삭발 시위를 진행했다. 의협은 정부에 △의사의 진료거부권 도입 △고의 혹은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의료행위를 제외한 업무상과실에 대해 형사처벌을 면제하는 특례법 제정 등을 촉구하며 11일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예고한 상태다.
환자ㆍ유가족 단체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의협은 마치 의사가 최선의 진료를 다 했는데도 진단이 어려웠던 것처럼 사실을 날조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의사는 형사고소ㆍ소송의 입증 책임에서 이미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음에도 형사처벌을 면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데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의협이 환자 생명과 안전을 도외시한 채 의사 직역 이익만 대변하는 역할을 하는 한 의사, 환자 간 신뢰 형성은 힘들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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