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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개혁 마지막 기회] 선거철마다 밥그릇 싸움… 2016년엔 62일간 선거구 공백 사태

입력
2018.11.08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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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선거구획정위 독립, 절반의 성공 

 법정 시한 총선 1년 전 획정인데 번번이 선거 코앞 돼서야 통과 

지난 2016년 2월 26일 이인복(왼쪽)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선관위 청사를 방문해 박영수 선거구획정위원장에게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를 조속히 획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6년 2월 26일 이인복(왼쪽)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선관위 청사를 방문해 박영수 선거구획정위원장에게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를 조속히 획정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는 있는데 경기장이 없다.’

후보는 있는데 선거구가 없다는 뜻으로, 선거철마다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훌쩍 넘기는 정치권을 겨냥한 말이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총선 1년 전까지 선거구 획정을 끝내야 하지만 법을 만드는 입법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었다. 18대 총선 때는 선거 47일 전, 19대 때는 44일 전, 2016년 20대 총선은 42일 전에야 선거구 획정안이 가까스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지역주의 정치에 기반한 여야 이기주의의 산물이었다. 영호남에 기반을 둔 각 당이 각자에게 유리한 지역구는 인구가 줄어도 유지하고, 불리한 지역구의 증가는 억제하려 한 것이다. 21대 총선 획정위만큼은 독립성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선거구 획정 주요일정표. 그래픽=송정근 기자
선거구 획정 주요일정표. 그래픽=송정근 기자

 ◇정당 이기주의에 휘둘려온 선거구획정위 

19대 총선까지 선거구획정위는 사실상 아무런 결정권을 갖지 못했다. 위원회에서 만든 획정안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고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정당과 의원이 충돌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19대 총선을 앞둔 2012년 지역구 합구 위기에 처한 여상규 당시 새누리당 의원과, 주성영 새누리당 정개특위 간사가 국회 주차장에서 몸싸움을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

권고사항 수준의 효력을 지닌 획정위 안은 매번 수술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됐다. 19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선거구획정위는 인구 상한선을 초과한 8곳을 분구하고, 하한선에 미달한 5곳을 통합하는 안을 냈다. 하지만 국회는 수원 권선구, 용인 기흥ㆍ수지구 등 인구 상한선을 넘은 지역을 분구하지 않았고, 인근 구에 몇 개 동을 나눠 붙이는 식으로 8곳의 예외지역을 만들어 통과시켰다.

정당이 각자 셈법에 따라 선거구를 획정해온 결과는 헌법소원으로 이어졌다. 2014년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기존 선거구 획정안 관련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최대-최소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2대 1을 넘지 않도록 공직선거법을 개정하라고 결정하면서 개정 시한을 2015년 12월 31일로 못박았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014년 10월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25조 등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014년 10월 30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25조 등의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실패로 돌아간 20대 총선 독립기구 실험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7월 국회는 국회의장 산하 선거구획정위를 선관위 산하 외부기구로 독립시켰다. 정당 입김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획정위 권한도 강화됐다. 개정 공직선거법은 획정위 안을 국회의원이 손댈 수 없게 했다. 대신 정개특위는 획정안이 인구ㆍ행정구역ㆍ지리적 여건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1회에 한해 재제출을 요청할 수 있었다. 확정안은 법사위 체계ㆍ자구 심사도 건너 뛰고 바로 본회의 표결에 부쳐졌다.

하지만 선거구획정위 독립성 논란은 여전하다. 여야 4인씩 위촉하는 획정위원 구성이 가장 먼저 지적된다. 정치인은 배제했지만 각 당의 대리인을 위촉하는 구조는 남겨둔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대 획정위원들은 정치권 압력에 이리저리 휘둘렸다. 여당(새누리당)측 위원은 강원과 경북에, 야당 측은 전남과 경북에 농어촌 잔여의석을 할당해야 한다고 맞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여야 4대 4 상황은 잦은 교착상태를 야기하기도 했다. 본보가 참여연대를 통해 입수한 20대 획정위 회의록에는 위원들이 “4대 4 상황에서 표결에 붙이면 결국 선관위 소속 위원 한 명이 결정권을 쥐게 된다”고 반발해 논의가 중단되는 장면이 남아있었다.

선거구획정위 구성 및 운영 관련 주요국 사례. 그래픽=송정근 기자
선거구획정위 구성 및 운영 관련 주요국 사례. 그래픽=송정근 기자

 ◇피해는 유권자와 정치신인이 떠안아 

20대 획정위가 진통을 겪는 사이 헌재가 제시한 법정시한이 지나고 2016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기존 선거구가 전면 무효화 됐다. 헌정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사태는 3월 2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선거구획정안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할 때까지 62일간 이어졌다.

피해는 유권자와 후보들 몫이었다. 선거구 불확실성의 장기화는 조금이라도 더 얼굴을 알려야 하는 정치신인들에게 특히 불리했다. 생업을 포기하고 지역에서 발로 뛰며 노력해온 예비후보들이 뒤늦게 선거구를 잃어 기회를 박탈당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에 일부 후보가 선거구 획정 지연 사태에 대해 ‘국회가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부작위 위법 확인 및 조속한 획정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등 총선 이후까지 혼란이 계속됐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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