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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의 축구화] ‘국뽕’에 날리는 어퍼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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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의 축구화] ‘국뽕’에 날리는 어퍼컷

입력
2018.11.07 15:09
수정
2018.11.07 18: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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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교체 왈가왈부, 지나친 팬심은 불편하다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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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영국 프로축구 토트넘과 울버햄턴의 정규리그 경기가 끝난 뒤 포털사이트가 ‘손흥민 굴욕’ 논란으로 들끓었다.

원래 벤치 멤버였던 손흥민은 동료 무사 뎀벨레(31)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전반 7분 ‘긴급 투입’ 됐다가 후반 13분 크리스티안 에릭센(26)과 다시 교체됐다. 손흥민은 기분이 상했는지 교체될 때 불만스런 표정을 숨기지 않았고 경기 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도 거부한 채 떠났다.

축구에서 교체로 들어간 선수를 다시 빼는 건 이례적이다. 해당 선수가 아주 실망스런 경기력을 보일 때 이런 일이 발생하는데 손흥민은 오히려 울버햄턴전에서 가벼운 몸놀림을 보이며 도움까지 올린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지 언론들도 교체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문제는 국내에 퍼진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들이다. 일부 누리꾼들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손흥민을 무시하고 희생양 삼았다며 분개했고 몇몇 언론도 앞다퉈 가세했다. 엉뚱하게 인종차별을 들먹이는 댓글도 있었다. 그러나 전후 사정을 짚어 보면 포체티노 감독의 선택에도 충분한 근거가 있다.

울버햄턴전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의 모습. 토트넘 페이스북
울버햄턴전에서 활약하는 손흥민의 모습. 토트넘 페이스북
토트넘과 아인트호벤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지켜보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런던=AP 연합뉴스
토트넘과 아인트호벤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를 지켜보는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 런던=AP 연합뉴스

손흥민은 울버햄턴과 경기 3일 전인 1일 리그 컵에서 풀 타임 뛰며 2골을 넣었다. 다시 3일 뒤인 7일에는 중요한 일전인 PSV아인트호벤(네덜란드)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가 예정돼 있었다. 감독이 고된 일정을 감안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이 질문이 나오자 ”손흥민이 3일 전 풀 타임 뛴 걸 알고 있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한 뒤 “전반 7분에 들어간 건 선발이나 마찬가지다. 60분경에 손흥민을 빼고 (체력적으로) 부담 없는 에릭센을 넣은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일축했다. 손흥민은 7일 아인트호벤과 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토트넘은 2-1로 이겼다. 포체티노 감독을 손가락질하던 여론은 머쓱해졌고 손흥민도 아인트호벤과 경기 뒤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판단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 (불만을 표시한) 내가 덜 성숙했다”고 인정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박지성(37), LA 다저스의 류현진(31)이나 손흥민처럼 세계 최고의 리그, 구단에서 맹활약하는 한국 선수를 자랑스러워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팬심을 넘어선 비이성적인 집착은 불편하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오래 전 그의 책 ‘어퍼컷’을 통해 스포츠스타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행태를 거침 없이 비판한 적이 있다. ‘국뽕’에 또 한 번 어퍼컷을 날릴 때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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