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패닉계 유권자 밀집한 텍사스주서 계획
“불안 조장해 투표 저지 목적” 비판에 접은 듯
미국 중간선거 당일인 6일(현지시간), 미 국토안보부(DHS) 세관국경보호국(CBP) 산하 국경순찰대가 텍사스주 국경 지역의 투표소 인근에서 대규모의 군중진압 훈련을 하려다가 돌연 취소했다. 해당 지역이 히스패닉(라틴계) 주민 밀집 지역이라는 점에서, ‘투표율을 낮추려 했던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자 결국 접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미 ABC방송,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예정돼 있던 군중진압 훈련의 장소는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텍사스주 앨패소 델노트 포트였다. 엘패소 투표소인 아미호 레크리에이션 센터에서 불과 수백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때문에 현지 이민자 단체와 인권단체 등은 중간선거 투표가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군중진압 훈련이 실시될 경우,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이 공포와 불안을 느껴 투표를 포기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은 “훈련 타이밍으로 볼 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우호적이지 않은)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투표를 저지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국경순찰대 측이 훈련을 갑자기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ABC방송은 전했다. 세관국경보호국 측은 ‘훈련 취소’ 사실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사유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해당 훈련은 일상적인 것이며 투표와는 관계 없다”며 “국경 보안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상시 훈련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텍사스주는 현역 상원의원인 공화당 거물 테드 크루즈에 맞서 민주당 베토 오루어크 후보가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막판까지 접전을 벌인 지역이다. 오루어크 후보는 국경 장벽과 카라반 등 이민 이슈를 집중적으로 제기, 공화당 진영을 비판해 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이민자 행렬(카라반)의 미국 불법 입국을 막기 위해 국경에 1만 5,000명의 군인을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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