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미세먼지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다시 시작된다. 겨울에 접어들면서 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해 이듬해 늦봄까지 지속되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지만, 이는 단기간 내에 호전될 수 없다. 내년에도 이맘때가 되면 미세먼지 농도는 다시 높아질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경우 지난 겨울 강력한 배출규제로 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개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이후 직간접적인 관측 자료에서 중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짐을 확인할 수 있으나, 내년에도 이런 농도 개선 추세가 지속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더군다나 중국의 대기질이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전반적인 대기오염 수준은 여전히 국내와 비교하면 나쁜 편이다. 편서풍 지대에 위치한 우리로서는 중국 배출량 변화를 계속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중국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 인구밀집 지역과 인접해 있으나, 대기오염 현황을 잘 알지 못하는 북한의 영향 또한 고려해야 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국제 협력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고농도 미세먼지 농도를 쾌적한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미세먼지 농도 개선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이는 미세먼지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점 인식이 잘못되어 있거나 단편적인 처방으로는 진전되기 어려운 대기오염 문제의 특성에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은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주요 배출부문에 대한 규제나 총량관리 방안을 시행 중이다. 또 단기적으로는 고농도 발생 시 노후석탄발전소 등 특정 배출원에 대한 가동 중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상이 되는 배출량은 주로 공공 부문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며, 산업 부문에도 순차적으로 연동된다.
대기환경기준을 만족하기 위해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현재의 절반 정도로 낮아져야 한다. 이는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배출량이 현 수준의 50% 정도로 줄어들어야 가능하다. 국내외 배출량의 영향 정도는 연구자마다, 시기마다 차이는 있으나, 국내 배출량을 현재의 절반이상 감축시켜야만 우리가 원하는 대기질에 가까워진다는 점은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국외로부터 유입 영향 감소도 고려되어야 한다.
다만 여기에서 논의가 필요한 점은 앞서 언급된 국내 일부 배출량에 대한 규제와 관리만으로 대기환경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요구되는 배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느냐다. 현재 정부 미세먼지 대책에서의 배출량 감축은 2022년까지 대략 30% 내외이다. 유추해보면 국외 영향이 크게 감소하지 않는 한 2022년까지 우리의 배출량 감축 노력만으로는 대기환경기준 달성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원하는 미세먼지 농도 개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미세먼지 농도를 낮출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의 배출은 발전, 자동차, 기업 등 배출원에 관계없이 에너지ㆍ제품 생산, 소비, 폐기 과정에서 발생된다. 여기에서 에너지와 제품 소비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 배출 규제와 관리를 위해서는 대기오염 방지설비 설치ㆍ운영에 비용이 부과되는데 이러한 노력이 부족할 경우 대기오염 관련 질병 또는 조기 사망 등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정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결정하는 과정에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런 공감대가 있어야만 자율적인 시민 참여도 더욱 기대할 수 있다.
단시일 내에 미세먼지 농도를 개선할 수 없다면 그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장기적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토대가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과학적인 이해를 통한 효과적인 방지대책이 수립될 수 있는 제도를, 지자체에서는 이를 세부적으로 실행하고 관리,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기본 제도와 체계 마련, 그리고 실천이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며 빠질 수 없는 건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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