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기준인 ‘20만 명’이 넘지 않더라도 응답이 필요한 사안이라 판단될 경우 답변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동채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부연구위원은 6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국민청원, 현황과 과제’ 포럼에서 발표자로 나서 “20만 명은 정부 답변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청와대는 국민청원 동의자 수가 30일 내 20만 명에 도달하면 청와대나 담당 부처가 답변을 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국민청원 사이트에 등록된 청원 수는 30만 건을 넘어 섰다. 하루 평균 약 742건, 시간당 약 30.9건의 청원이 신규 등록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강서 PC방 살인 사건 관련 심신미약 범죄자 처벌 강화 촉구 청원에 115만 명 넘게 동의하면서 국민 신문고 역할을 하고 있다.
정 부연구위원은 “20만 명의 동의를 받은 게시글만 정부가 답변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가”라며 “20만 명 이하의 동의를 받은 게시글은 답변하지 않는 것이 제도의 근본 취지에 부합하는가”라고 강조했다. 정 부연구위원은 “현재 기준은 사실 20만 명이 아니고 20만 계정이어서 20만 명을 채우기 위한 주목 경쟁 양상과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시민들의 폭발적인 폭발적 호응과 참여로 여론조사나 대외 평가에서 청원제도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고 디지털 민주주의를 실현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정 부연구위원은 일부 허점은 보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청원제도가 어떤 법적 근거에 기반해 운영되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게시판의 성격을 ‘청원’으로 엄격히 제한할 것인지,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장으로 만들 것인지에 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등록 게시글에 대한 동의와 추천만 가능하도록 설계돼 반대 의견을 표출할 수 없다는 점, 부적절한 게시글에 대한 삭제 이유의 절차적 정당성에 있어서 문제 발생의 여지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토론자로 나선 박준 한국행정연구원 사회통합연구실 부연구위원은 “현행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곳이 아니라 이슈를 던지는 공간이어서 집단 지성의 공론장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따라서 정부가 국민청원 게시판만 봐서는 안 되고 그와 연결된 공론장 전체를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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