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오는 9일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두 번째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개최한다.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타결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라 양국 관계 정상화의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특히 어렵사리 열리는 북미 고위급 회담 직후 열린다는 점에서 미중 간 논의 내용에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9일 워싱턴에서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웨이펑허(魏鳳和) 국방부장을 맞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간 고위급 외교안보대화는 지난해 6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당초 양국은 지난달 중순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2차 대화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중국 측의 요구로 돌연 연기됐다. 당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데다 미국 정부가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 계획을 공식화하자 이를 문제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간 외교안보대화 재개에 대해 AFP통신은 “무역 분쟁 등으로 냉각된 양국 관계가 정상화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이번 대화에서 양국은 북한 비핵화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양안(兩岸ㆍ중국과 대만) 문제 등 외교안보 핵심 의제들을 놓고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남중국해 영유권과 대만 문제는 사실상 미중 갈등이 무역ㆍ통상분야에서 군사ㆍ안보분야로까지 확산되는 계기였다는 점에서 양국 간 이번 논의가 실질적으로 위기지수를 낮추는 계기가 될 지 주목된다. 미중 양국은 최근까지도 각각 ‘항행의 자유’와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왔다.
이번 외교안보대화는 특히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오는 8일 뉴욕에서 만난 직후에 열린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 대북제재 완화 문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등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온 북미가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은 이튿날 미중 간 외교안보분야 고위급회담이 열린다는 점에서다. 북미 고위급회담 직후 한미 북핵 협상 수석대표 간 협의가 추진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미중 외교안보대화는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 관련 주요국 간 연쇄회동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중 양국이 민감한 외교안보 갈등 현안들을 조정하겠다고 나선 건 최근의 전방위 충돌 상황을 톤다운시켜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무역전쟁이 패권 경쟁 성격이 큰 만큼 이달 말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더라도 관계 정상화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미 회담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무역전쟁 타결의 전제로 중국에게 적극적인 대북제제 동참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중국은 종전선언 참여를 포함해 비핵화 협상 과정에 개입할 고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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