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장 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닫고 있지만 반응이 시원찮다. 지난 7월 선거에서 낙점받은 후보자가 성추행 의혹으로 중간 낙마하면서 치르게 된 재선거. 이번엔 제대로 된 옥석을 가리자는 목소리도 있지만 선거 절차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팽배해지고 있다.
이번 제27대 총장 선거는 7일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를 시작으로 9일 정책투표단 투표까지 최종후보 3인을 추리기 위한 본격 절차에 돌입한다. 강태진(66) 공대 명예교수, 남익현(55) 경영대 교수, 오세정(65) 물리ㆍ천문학부 명예교수, 이우일(64) 공대 교수, 정근식(60) 사회과학대 교수가 예비후보자로 등록, 정책 간담회 등에서 표심 잡기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학내에서는 눈에 띄는 후보자도, 정책도 없다는 반응이 많다. 짧게는 재수부터 길게는 5수까지 모두 이전 총장선거에 얼굴을 드러냈던 구면 후보자인데다 법인화법 개정이나 기숙형 학부대학(RC) 설립 등 내놓은 주요 공약도 식상하다는 평가다. 최근까지 선출된 총장 4명이 모두 경기고-서울대라는 특정 학교 출신이었는데, 이번 역시 후보자 5명 중 3명이 같은 경기고 출신이라는 점도 냉담한 기류에 한몫을 하고 있다. “어떤 인물인가보다는 어떤 인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말까지 나온다.
복잡한 선거제도도 관심에서 멀어지는 이유다. 서울대 총장 선거는 1인 1표가 아닌 간접 선거 방식이다. 정책평가단에 전체 75%의 몫이 주어지는데, 학생은 3만 3,000명 전원이 참여하지만 교원은 전체 2,227명 중 15%(337명)만이 참여한다. 그럼에도 학생 투표 결과는 9.5% 비율로 환산돼 반영될 뿐이다. 반면 각 단과대 대표 교수와 외부추천위원 30명으로 구성된 총추위는 전체에서 25% 몫을 가지고 있다.
이 바람에 학생들 사이에서는 투표 외면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투표를 해봐야 결과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이유에서다. 사범대 소속 재학생 최모(25)씨는 “전체 10%도 반영이 되지 않아 투표해도 소용없을 거란 생각이 들고, 학생 목소리를 진지하게 반영하려는 후보가 없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달 29일 후보자 정책 토론회에서도 사전 홍보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10여명밖에 참석하지 않았다. 벌써부터 지난 상반기 선거에서 15% 정도였던 학생 투표율이 더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결과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는 총추위도 불신 대상이다. 서울대 민주화교수협의회 측은 “지난 번 검증 실패 전력이 있는 총추위를 다시 신뢰할 수는 없다”고 반기를 들기도 했다.
서울대는 두 번의 투표를 거쳐 14일 최종 후보 3명을 정하고, 이사회 표결을 거쳐 27일 최종 한 명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후 교육부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하게 된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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