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 야당ㆍ대기업 “과도한 시장 개입”
정부가 대ㆍ중소기업이 공동 노력으로 달성한 이익을 사전에 약속한 기준에 따라 나눠 갖는 ‘협력이익공유제(이하 이익공유제)’를 도입한다. 기존 성과공유제에 대기업 155곳이 참가해 6,360개의 중소기업 원가절감 활동을 지원하는 등의 성과를 냈지만, 중소기업에 돌아가는 실질적 혜택이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새로운 이익공유제를 도입해 시행하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6일 당ㆍ정협의를 개최하고 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위해 이번 정기 국회에서 관련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김영신 중소벤처기업부 대변인은 “현재 국회에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를 위한 관련 법안 4건이 소위에 계류돼 있다”며 “이번 정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제도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익공유제를 도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로 기존 성과공유제가 보인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2004년 포스코가 국내 최초로 도입하고 2006년 상생법에 법적 근거를 마련해 2012년부터 시행 중인 성과공유제는 대기업이 협력사인 중소기업의 생산 활동을 지원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원가절감’ 등의 결과물을 서로 나누는 제도다. 하지만 성과공유가 대ㆍ중소기업 간 수직적 하도급 구조에서만 이뤄지고, 그 과정에서 중소기업 원가정보가 노출돼 납품단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지는 부작용도 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비상정지장치를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연구개발(R&D)지원으로 2억원의 원가절감에 성공했다면 중소기업은 1억원의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하지만 기술개발 후 인하된 단가로 부품을 대기업에 납품해야 해 중소기업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욕과 대기업과의 협력사업 참여 의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성과공유제가 제조업 기반의 일부 대기업에서만 활용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원가절감에 주요 목표를 두다 보니 유통, 정보통신, 플랫폼 등 신사업 분야 비즈니스 협력관계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포스코와 삼성 등 제조업 기반의 상위 5개사가 성과공유제 확인과제의 43%를 수행하고 있었다. 업종별 과제현황에서도 전기ㆍ전자 등 제조업 분야가 81.3%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하도급 구조 외 유통ㆍ정보통신(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얻은 이익을 사전에 약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기 때문에 원가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다. 또 이익 공유가 사전계약이나 대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연동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혁신을 유도할 수 있다.
정부는 이익공유제 활성화를 위해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발생한 이익을 공유하는 ‘협력사업형’ △물품 판매량 등에 따라 이익을 공유하는 ‘마진보상형’ △대기업 등의 경영성과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인센티브형’으로 제도를 분류해 운영하기로 했다.
이호현 중기부 상생협력국장은 “제조업 분야 대기업은 협력사업형, 유통ㆍIT 분야 대기업은 마진보상형, 인센티브형은 모든 기업이 활용할 수 있다”며 “정부는 제도를 도입해 이익을 공유한 기업에 법인세 감면 등 재무적 인센티브와 동반성장평가 가점 등의 비재무적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익공유제가 내년 상반기 시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야당과 대기업 일각에서는 “대기업의 참여를 강요하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법제화는 세금 혜택 등 인센티브 부여를 위한 근거 마련용으로 제도 도입을 강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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