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4개 합의’ 언급 이어… 8일 뉴욕 고위급회담 지원사격
미국이 북한과의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모처럼 화끈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무부가 5일(현지시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의 4가지 합의를 모두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자,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은 “대화가 진전되면 한반도 군비태세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반도 평화체제와 군사력 운용을 함께 거론하며 북한의 구미에 맞는 카드를 죄다 꺼낸 셈이다. 하지만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함께 강조하고 있어 북한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오히려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은 여전하다.
미 국무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8일 뉴욕에서 만난다”면서 “싱가포르회담 공동성명의 4가지 합의에 진전을 보기 위한 논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가지 합의는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한반도 비핵화 ▦미군 유해발굴이다.
줄곧 비핵화에만 치중하던 미국이 4가지 합의를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6월 정상회담 이후 북미 관계는 유해송환을 제외하면 좀체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본 게임인 비핵화 논의를 시작했지만 북한은 핵 리스트 제출을 거부하고, 미국은 제재의 고삐를 놓지 않는 탓이다. 그 결과 북한이 원하는 북미수교나 평화정착의 첫 단추인 종전선언은 아예 뒷전으로 밀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4가지 합의를 모두 논의하자고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중간선거 직후 달라진 환경 속에서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을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잔뜩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미군 서열 1위 던포드 의장은 듀크대에서 열린 포럼에서 “북미 대화가 진전될 경우 한반도 군사태세(Military Posture)에도 장기적으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한과의 협상을 앞둔 폼페이오 장관을 지칭하며 “외교적으로 성공할수록 군사적으로는 더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서 “우리는 그를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미군 최고지휘부가 ‘군사태세 변화’를 거론한 것은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그의 발언이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역할 조정을 의미하는지를 놓고 관심이 증폭됐다. 올해 들어 비핵화 협상에 맞춰 군사훈련을 계속 유예하면서 한미 양국 군의 연합작전 능력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탓이다. 또 종전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정전체제를 관리하는 유엔사와 맞물려 주한미군의 지위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진의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지난 9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밝힌 “주한미군 주둔은 한미동맹 차원의 결정이라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과는 상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주한 미군측은 “군사태세는 한미 훈련이나 판문점 경계 등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주한미군을 조정한다면 군 구조(Military Structure) 변화라고 표현했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연례안보협의회의(SCM) 합의에 따라 내년도 연합군사훈련을 어떻게 진행할지 이달 안에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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