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복지법인 소속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업체로부터 특별활동비 일부를 리베이트로 받은 원장에게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업무상 횡령 및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어린이집 원장 문모(47)씨 상고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제주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문씨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어린이집의 과학ㆍ문화 특별활동을 하는 업체에 특별활동비로 지급한 돈 중 3,623만원을 자기 부인 명의 계좌로 돌려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어린이집에 자기 가족을 근무자로 허위 등록하는 수법으로 인건비 등 국가보조금 623만원을 챙긴 혐의(영유아보육법)도 받고 있다.
1심은 “어린이집 원장이 보관하던 돈 중 일부를 나중에 돌려받을 목적으로 업체에 지급했다면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1심은 다른 혐의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 문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횡령의 고의 또는 불법영득의사(자기 소유물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며서 처분하는 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업무상 횡령죄를 무죄로 판단, 다른 혐의에 대한 벌금형만 선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문씨는 개인 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미리 특별활동비를 부풀렸다”며 “과다하게 부풀린 특별활동비를 횡령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어린이집과 사립유치원은 정부가 지원하는 누리과정 외에 외국어, 예체능 등 특별활동을 운영하면서 학부모에게 특별활동비를 따로 받는다. 특별활동업체와 계약할 때 원장이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관행은 오래됐지만, 대부분 현금으로 받기 때문에 회계감사 등에서 적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여러 사립유치원 및 어린이집과 특별활동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의 지사장인 A씨는 한국일보에 “거래처의 약 70%에 해당하는 곳에 매달 현금으로 리베이트를 준다”며 “주고 싶지 않지만 계약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간 일부 하급심에서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리베이트를 유죄로 본 사례는 종종 있지만, 대법원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최진주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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