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전용구장 내년 초 완공
조광래(64) 대구FC 대표는 요즘 틈만 나면 새 홈구장 ‘포레스트 아레나(가칭)’를 찾는다. 2016년 12월 첫 삽을 뜬 새 구장은 내년 초 완공 예정이다. 1만2,000석 규모인데 3,000석까지 증축이 가능하다.
선수 시절 ‘컴퓨터 링커’라 불릴 정도로 정확한 패스를 자랑했던 조 사장은 지도자로도 프로와 국가대표를 거치며 굵직한 업적을 쌓았다. 이후 축구인 출신의 성공한 행정가를 꿈꾸며 2014년 10월 대구 대표로 취임했다.
대구는 조 감독 부임 2년 만인 2016년 말, 2부에서 1부 승격에 성공했다. 당시 함께 1부에 오른 강원FC가 화려한 선수 영입, 엄청난 이적료로 화제를 일으킨 반면 대구는 조용히 보내 상대적으로 비교됐다. 2년 전 경남 남해 전훈지에서 만난 조 대표는 “우리는 돈 대신 땀으로 1부에서 생존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는 지난 시즌 8위로 당당히 살아남았고 올 시즌도 2경기를 남긴 현재 8위로 잔류를 확정했다. FA컵에서는 창단 후 처음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썼다.
조 사장이 가장 역점을 쏟았던 축구 전용구장 건립도 곧 결실을 맺는다. 대구가 안방으로 쓴 대구 스타디움은 종합경기장이라 관중석과 그라운드까지 거리가 멀다. 6만 석 넘는 규모라 휑하고 시 외곽에 위치해 접근성도 떨어진다. 반면 신축 구장은 시내 한복판에 있고 그라운드와 관중석 거리가 7m라 선수 숨소리까지 들린다. 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시야각을 제공하도록 했다. 조 대표는 얼마 전 “라커룸은 감독이 선수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인테리어 공사할 때 라커룸 방향을 바꿔달라는 주문을 했다. 방송 담당자들을 수 차례 초청해 최고의 중계 화면을 위한 동선도 구축했다. 보기에만 그럴 듯한 게 아닌 선수부터 관중, 관계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경기장을 만들겠다는 욕심이다.
조 사장은 독일의 알리안츠 아레나(바이에른 뮌헨 홈구장)와 같은 ‘네이밍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아직 국내 프로 시장에는 낯선 개념이지만 그는 “잘 지은 구장에 기업 이름을 달고 싶다.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조 사장은 “내년에 팬들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재미있는 축구를 펼치는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고 웃은 뒤 “내년 목표는 평균 1만 관중”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올 시즌 평균 관중(3,574명)보다 3배 가까이 늘려야 하지만 그는 “지난 4년간 경기력 향상에 중점을 뒀으니 내년엔 팬 확장에 더 신경 쓸 것이다. 축구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걸 피부로 느낀다”고 자신 있어 했다.
대구에는 러시아월드컵에서 스타덤에 오른 골키퍼 조현우(27)도 있다. 월드컵 직후인 지난 7월 FC서울과 홈경기 때는 1만2,000명 넘는 팬이 모였다. 조 사장은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로 “내년에도 우리 (조)현우만 있으면 1만 관중 거뜬하지 않겠나”라고 껄껄 웃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례를 받은 조현우는 올 겨울 유럽 진출을 노리고 있다. 조 사장은 “좋은 영입 제안이 온다면 언제든 조현우를 보내줄 것”이라면서도 “유럽은 시즌 중간이라 겨울 이적이 쉽지 않다. 현우가 새 구장에서 내년 반 시즌을 뛰고 여름에 나간다면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윈 윈’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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