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층 집은 정부에 팔아 현금
주택연금보다 월 수령액 2배 많아
변동금리에 중도금 수령 가능
금전 혜택 크지만 새 집 필요
주거 안정성은 떨어지는 단점
매입 주택은 청년ㆍ신혼부부에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
집 한 채가 노후 자산의 전부인 고령층을 위해 정부가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집을 정부에 팔아 그 돈을 연금 형태로 매달 받는 희망나눔 주택은 비슷한 성격의 주택연금보다 월 수령액이 2배 가량 많아 노후 빈곤을 막을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고령층이 판 희망나눔 주택은 청년이나 신혼 부부 등 젊은 세대가 살 공공주택으로 전환될 예정이라, 대한민국 전체 주거복지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달부터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연금 신청은 12월 말까지 가능하며, 주택매입 신청서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해 LH지역본부로 우편 혹은 방문 접수하면 된다. 희망나눔 주택 신청 대상은 65세 이상이면서 감정평가액 9억원 이하의 단독 혹은 다가구 주택을 소유한 이다. LH는 신청 접수 후 현장 실태조사를 통해 입지여건과 주택 상태 등을 점검하고 전문기관이 적정 가격을 매기면 정부가 해당 주택을 구입한다. 주택 가격은 공인감정평가기관 2곳에서 감정 평가한 액수의 평균으로 결정되는 것이어서 시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후 신청자가 산출된 주택 가격을 근거로 10~30년 중 수령 기간을 정하면 매달 연금이 지급된다.
희망나눔 연금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반영되는 변동금리형 상품이다. 연금 수령 후 갑자기 목돈이 필요하다면 감정평가액의 50% 이내에서 중도금 수령도 가능하고 한 차례에 한해 연금 수령 기간을 바꿀 수도 있다.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 2년 이상만 거주했다면 LH에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현재 희망나눔 연금과 유사한 제도로는 주택연금이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2007년 도입한 주택연금은 ‘역모기지론’으로, 소유 주택을 담보로 평생 혹은 일정 기간 동안 매월 연금 방식으로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설계 돼 있다. 가입대상은 만 60세 이상이고, 지난 9월 기준 가입자는 5만7,064명에 달한다.
언뜻 유사해 보이지만 희망나눔 연금은 소유 주택을 파는 것이고 주택연금은 담보 제공만 하는 것이어서 수령액 수준은 크게 다르다. 비슷한 조건일 경우 희망나눔 연금이 주택연금보다 수령액이 두 배 가량 많다. 3억원 주택을 대상으로 20년 동안 정액 지급한다는 가정 아래 수령액을 계산하면 희망나눔은 매월 153만원을 받을 수 있지만 주택연금은 83만원에 불과하다. 9억원 주택을 10년 정액 기준으로 계산하면 희망나눔 연금은 매달 832만원, 주택연금은 407만원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또 희망나눔 연금은 주택연금과 달리 수수료나 가입비가 전혀 없고, 자산을 처분한 상태라 재산세도 내지 않는다.
다만 월등한 금전적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자신의 집에 거주하며 연금을 받지만, 희망나눔 주택 연금 수령자는 집을 판 후 자신이 살 집을 개별적으로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정부는 고령자들의 이 같은 수고를 줄이기 위해 공공 임대주택 입주 시 최우선 순위를 주기로 했다. 본인이 거주를 원하고 기준(연금수령액이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이하)만 충족된다면 주변 시세의 30% 수준인 임대주택에서 거주할 수 있다.
LH 관계자는 “희망나눔 연금은 변동금리 상품으로 향후 금리 인상이 되면 수령액이 증가하지만, 주택연금은 대출이자에 대한 상환금액이 더 높아지는 구조”라며 “주거 안정성에 방점을 찍는다면 주택연금이 좋고, 금전적 여유로움을 찾는다면 희망나눔 연금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매입한 희망나눔 단독주택 한 채를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8~10가구 규모의 공공주택으로 바꿀 예정이다.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전국의 고령층 주택 100가구를 매입해 1,00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1차 목표다. 내년부터는 연금형 희망나눔 주택 정책을 정식 사업으로 안착시킨다는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통계청에 따르면 노후대책으로 부동산만 갖고 있는 고령자가 전체의 82%에 달한다”며 “희망나눔 주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노후빈곤율 1위인 우리나라 고령층에겐 안정된 노후를 보장하고 청년에겐 저렴한 임대 주택을 효과적으로 제공하는 ‘일석다조’ 정책 수단”이라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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