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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우충좌돌] 장기집권할 자격이 있는 당?

입력
2018.11.07 04:40
수정
2018.11.08 15: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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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무능ㆍ실수 반복하며 ‘20년 집권론’

‘찌질한’ 정당의 비판에도 들을 내용 있어

어떤 정당도 장기 집권 자격 갖기 힘들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서 20년 집권, 30년 집권이란 말이 나왔다. 야당들이 비판하자, 최근엔 조금 겸손한 말이 나왔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어내고 긍정적 평가를 얻어야 20년 집권도 가능하다.” 냉정하게 보면, ‘20년 집권’이란 발언도 우습다.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 정당’이 유일한 목표일 것이다. 아직도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국당은 오랫동안 집권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야 하겠지만, 현 정부는 정말 국민의 신뢰를 얻고 있는 것일까?

우선, 오래 집권하자는 말은 겸손하지 않다. 이제까지 촛불 혁명에 호소하면서 청와대는 과도하게 자신을 정당화한 면이 있다. 거의 80%의 사람들이 박근혜 탄핵에 앞장서고 뒤에서 밀어주었던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보수층도 기꺼이 동참했다. 실제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41.1%를 얻었을 뿐이다. 촛불은 ‘혁명’이었지만, 그것은 민주당이나 ‘진보’에 헌정된 것은 아니었다. 다소 모호하지만 ‘국민’에게 헌정되었다. 또 사람들은 촛불 혁명 덕택에 출범한 행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제까지 의도적으로 정부를 지지했다. 그러니 스스로 잘 해서 집권한 것처럼 여기며 ‘계속!’을 외치는 태도는 겸손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 문제는 겸손함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지금까지야 보수의 몰락 덕택에 상당한 반사이익이 생겼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이 자성하며 자신의 실력을 더 키우지 않은 채 반사이익을 누린다면? 자만을 피할 수 없다. ‘수구꼴통’의 몰락은 바람직스럽지만, 어쨌든 야당의 협조를 얻어 필요한 정책을 실현하는 전략과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보수와 협치를 하더라도 정부가 적폐 청산에서 물러설 필요는 없다. 그러나 대북ㆍ경제ㆍ인사 문제에 대한 야당 비판에는 맞는 말과 경청할 점이 꽤 있다. 대북 정책에 매달려 있는 사이, 다른 영역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무능과 실수가 누적되고 있다. 위장전입을 비롯한 중요 흠결이 있는 장관 후보자에 대해 국회가 반대하는데도 청와대가 이전 정부처럼 임명을 강행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조금 까다로운 물음을 던져보자. 적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수구적인 정당도 입바른 말은 할 수 있다면, 그들의 ‘양심’이 아직 살아 있어서일까? 굳이 ‘양심’에 호소할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비판할 기회는 찌질한 인간이나 심지어 ‘악당’에게도 주어진다. 그들조차 비판의 자격을 가진다. 집권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는 야당이라고 비판할 능력도 없는 것은 아니라는 상당히 불편한 진실이 여기서 생긴다.

거꾸로, 언어를 통한 명분은 어떤 권력도 세울 수 있으며 그 자체로 정당성을 가지지 못한다. 공정과 복지를 내세움으로써 정부는 자신의 도덕적 정당성이 입증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도덕성은 모호한 것이다. 실제로는 성장이 없다면, 아무리 좋아 보여도 그 가치들은 많은 사람에게 공허한 이념으로 여겨질 수 있다. 청와대나 행정부가 정규직 일자리를 직접 확대한다는 시도도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행정부와 공기업도 강력한 개혁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그들의 조직을 확대하는 일이 바람직스러울까? 공정과 복지라는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기업들의 도전을 막는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규제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공정성은 유지하되 간섭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정부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혁신과 공정이 따로 놀면서 ‘혁신경제’는 우스운 말이 되어 뒹군다. 결국 정부 권력을 권위적으로 틀어쥐고 있는 청와대가 그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역설 가운데 하나는, 어떤 정당이든 그 자체로 장기 집권할 자격을 가지지 못하며, 그럴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을 이뤘다는 정당도, ‘촛불혁명’의 힘으로 출범했다는 정당도 그 자체로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가지진 못한다. 지속 가능한 ‘올바른’ 정치가 힘들기에 씁쓰레하지만, 피하기 어려운 역설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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