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각각 0.2%포인트와 0.1%포인트 낮춘 2.7%와 2.6%로 하향조정했다. 또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전년동월 대비)도 월 평균 7만명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달 인상이 예고된 기준금리에 대해서는 내수 둔화 가속화를 이유로 사실상 인상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KDI는 6일 이런 내용을 핵심으로 한 ‘2018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다. KDI는 우리나라 경기와 관련 “내수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수출 증가세도 완만해지면서 올해 2.7%, 내년 2.6%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앞서 KDI는 6월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에서는 올해와 내년 각각 2.9%와 2.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에서도 부정적 표현이 주를 이뤘다. 상반기 전망 땐 “투자 증가세 둔화를 소비가 상당 부분 완충하고 있다”고 평가했던 KDI는 이번엔 “투자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소비 증가세가 완만해져 내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비관적 시각을 내놓았다.
성장률 하락세는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는 물론 그간 우리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까지도 어두워지고 있는 탓이라는 게 KDI의 판단이다. KDI는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여타 품목들의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나타내면서 산업별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의 수출 증가율이 세계교역량 증가율을 하회하는 등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반도체를 제외한 국내 제조업의 생산 증가세가 미약해지면서 서비스업생산도 악화일로에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비 개선 추세마저 완만해지면서 △숙박 및 음식점업 △도매 및 소매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소비 관련 서비스업의 생산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성장세 약화는 내수경기 둔화를 가속화하면서 우리 경제에서 고용 부진을 초래한 주된 요인이라고 KDI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KDI는 내년 실업률도 올해와 같은 3.9%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인 셈이다. 실제 KDI가 제시한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월 평균 7만명이다. 통계청이 앞서 발표한 올해 1~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동기 대비 90만4,000명으로 월 10만명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10~12월 3개월간은 증가폭이 제로(0)이거나 마이너스(-)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7만명은 KDI의 고용 모형에 최근 정책효과와 구조조정효과를 감안해 산정한 결과”라며 “4분기에는 전반적으로 취업자수 증가율이 0명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KDI는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대내외적 요인으로 △세계경제 성장세 및 교역량 증가세 약화 △반도체 가격 급락 △중국의 추격 등으로 인한 수출품목 경쟁력 약화 △시장금리 급등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 등을 꼽았다. 특히 금리 인상과 관련해 KDI는 “투자와 고용이 급격히 위축되고 민간소비 증가세까지 약화되는 상황에서 통화정잭 기조를 긴축적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재 수준의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가 더욱 위축될 수 있어 금리를 올리면 안 된다는 얘기다.
세종=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