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급제길 소문에 수능기도 발길 이어져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가오면서 충북 영동군 매곡면 괘방령(掛榜嶺)에 수능 대박을 기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6일 영동군에 따르면 오는 15일 수능을 앞두고 매곡면 어촌리 괘방령을 찾는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부쩍 늘었다. 이곳을 찾은 이들은 고갯마루에 있는 ‘장원급제길’이란 푯말과 돌탑 아래에서 수능 고득점과 대입 합격을 기원하며 기도를 올리고 있다.
이 고개가 수능기원 장소로 뜬 것은 2005년 영동군이 이곳에 장원급제길이란 이름을 붙이고 돌탑을 세운 후부터다.
괘방령은 예로부터 성공과 합격의 기운이 깃든 상서로운 곳으로 알려졌다. 해발 300m의 괘방령은 충북 영동군 매곡면과 경북 김천시 대항면의 경계를 이루는 작은 고개다. 괘방(掛榜)은 이 고개를 넘어 과거를 보러 가면 급제를 알리는 방이 붙는다 하여 조선시대부터 불리고 있는 이름이다.
인근에 자리한 추풍령이 국가업무 수행에 중요 역할을 한 관로(官路)였다면, 괘방령은 유생들이 과거를 보러 가거나 보부상들이 장사를 위해 이용하던 상로(商路)였다.
당시 유생들이 괘방령으로 넘으면 급제를 해서 돌아오고, 추풍령으로 넘으면 ‘추풍낙엽’으로 낙방한다고 해서 과거에 응시한 유생들은 꼭 괘방령을 택했다고 한다.
이런 소문 때문에 인근 고을에 부임하던 관리들까지도 한사코 이 고개를 넘었다.
임진왜란 때 추풍령으로 쳐들어온 일본군이 괘방령으로 쫓겨났고, 한국전쟁 때는 추풍령으로 남진한 북한군이 괘방령으로 퇴각했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박창정 매곡면 부면장은 “괘방령을 말끔히 정비한 이후 큰 시험을 앞둔 이들이 치성을 올리는 장소로 부상했다. 고개를 넘으면 성공한다는 옛 이야기가 현실로 이어져 수험생 가족의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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