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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미국 기업이 북한에 투자하는 날

입력
2018.11.07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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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8일 북한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회담을 갖는다. 비핵화 협의가 진전을 보여야만 북한 경제 개발 논의도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을 개혁과 개방으로 이끌었던 만큼 북한의 경제개발도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5월 13일 미국 민간 기업의 대북 투자를 언급한 것은 자신감을 엿보게 한다. 세계 최고수준의 미국 기업이 대대적으로 진출한다면 인구 2,500만의 북한 경제 발전쯤이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5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산업화에 성공한 훌륭한 국가라고 치켜세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제재가 풀린다고 미국 기업이 금방 뛰어들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민간기업의 계산이 서려면 시장경제 질서가 정착되고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북한 현실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북한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마식령 스키장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이곳은 약 1,400만㎡로 규모가 크고 17.13㎞의 슬로프가 지어졌기에 관광지로서 잠재력과 가능성은 충분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후원자인 샌즈 그룹의 셸던 애덜슨 회장이 6월 북한에서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한 말을 실천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그가 이곳에 24시간 운영되는 카지노 호텔을 짓겠다고 나서게 되면 금방 벽에 부딪힐 것이다. 전력난에 시달리는 북한으로서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조차 보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규모 발전소를 짓는다 해도 석유가 부족하고, 해외에서 가져오더라도 낙후된 수송시스템은 정상가동을 좌절시킬 것이다. 민간 기업이 투자할 용기를 가지려면, 전반적으로 뒤떨어진 인프라가 개선되거나 최소한 구체적인 확충 계획이 마련된 다음이다. 이런 일을 이윤 추구가 존재의 이유인 기업에 기대하기는 힘들다. IMF나 IBRD, ADB 등의 국제기구와 미국, 유럽 선진국이 제공하는 원조의 몫이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로부터 막대한 지원을 받아 경부고속도로를 비롯해 주요 인프라를 구축해서 경제개발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북한의 개혁ㆍ개방을 위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일은 IMF 가입이다. IMF는 회원국이 경제 위기를 맞게 되면 자금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에 189개 회원국 경제를 손바닥같이 들여다본다. 내전 중이거나 소규모 국가까지도 전문가를 파견해 경제 상황을 분석하도록 돕는다. IMF 회원국이 된다는 것은 투자자에게 자신의 경제 지도를 공개하는 것이다. 회원국으로서 북한이 제공하는 경제 정보를 접하게 되고, 통계를 활용한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IMF를 분기점으로 해서 World Bank와 ADB 등이 투자에 나서게 될 것이다. 농업이나 도로, 철도, 전력 용수 등 SOC 그리고 인적자원 개발을 위한 각종 사업 등 북한을 새롭게 건설하는 수준의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과정에서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 한국 일본 중국도 각종 유〮무상 원조로 힘을 보탤 수 있다. 이런 일이 궤도에 오르게 되면 미국 기업의 민간 투자가 뒤따를 것이다. 빨라도 10년, 넉넉잡고 20년의 시간은 가져야 하는 일이다.

우리가 할 일은 비핵화 합의의 진전과 UN의 제재 해제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국제기구 가입을 지원하고, 국제사회의 개발원조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북한이 IMF 등 국제기구의 문을 두드릴 때 우리나라가 이사로 있는 지역 그룹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 우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크게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소중한 우리의 역할을 통해 북한의 경제 개방에 대한 신뢰가 든든해져서 폼페이오 장관이 언급한 미국 기업의 투자를 보게 되기를 소망한다.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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