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신성일씨가 화려했던 81년 삶을 마치고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평생의 동반자이자 동지였던 배우 엄앵란(82)씨가 마지막까지 고인의 곁을 지켰다.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영화인장으로 치러진 영결식은 소박하지만 엄숙했다. 유족인 아내 엄씨를 비롯해 아들 강석현씨, 딸 경아ㆍ수화씨와 가까운 지인 등 조문객 3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을 배웅했다. 생전 고인과 각별한 인연을 나눴던 이장호ㆍ이두용 감독,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배우 신영균ㆍ안성기ㆍ이덕화ㆍ김형일씨 등 동료 영화인들도 고인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유족을 위로했다.
엄씨는 유족을 대표해 영결식을 찾은 조문객에게 인사를 했다. 엄씨는 “(영결식에서) 가만히 앉아서 (영정) 사진을 바라보니 ‘당신도 늙었고 나도 늙었네’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운을 뗐다. 이어서 엄씨는 “나는 (남편을) 울면서 보내고 싶지는 않다. 누가 보면 왜 안 우냐고 한다. 그런데 내가 울면 망자가 마음이 아파서 걸음을 떼지 못한다고 한다. 억지로 안 울고 있다. 집에 돌아가서 밤 12시에 이부자리에서 실컷 울겠다”며 애써 눈물을 삼켰다.
엄씨는 영화계 동지가 아닌 남편으로서 고인을 떠올리며 “그동안 희로애락도 많았고 엉망진창으로 살았다. 신성일씨가 다시 태어난다면 선녀같이 공경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고 회한을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댁에 계신 부인들께 잘해라. 그러면 복이 온다”고 조문객들에게 당부해 영결식장에 옅은 웃음이 번지기도 했다.
영화계를 대표해 오석근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 추도사를 했다. 오 위원장은 “불과 한 달 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당당하게 걸었던 고인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내가 여기 왔으니 걱정 말라는 듯 모두를 바라보던 눈빛은 영화인들에게는 든든함이었다”고 회고했다. 오 위원장은 “내년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상징적 존재인 고인을 재조명하고 또 다른 100년을 시작하고자 했다. 영화계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고인의 혜안을 듣고자 했다”며 “오직 영화를 위해서 살아간 진정과 열정을 잊지 않고 고인이 사랑한 영화를 치열하게 기억하겠다. 한국영화가 세계 영화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폐암 3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 온 고인은 최근 병세가 악화돼 4일 세상을 떠났다. 영결식 이후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한 뒤 경북 영천 선영에서 영면에 든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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