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단독 제소할 방침을 굳혔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이 6일 보도했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응조치로 검토했던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의 본국 소환은 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케이신문은 이날 한국 정부가 대법원이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명령한 손해배상을 대신 이행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를 상정해 일본 정부가 이 같은 방침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ICJ 제소는 분쟁 당사국 간 동의 하에 재판을 의뢰하거나 당사국 중 한 곳이 상대국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제소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ICJ 재판을 공동 의뢰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단독 제소 방침을 정했다. 이 경우에도 한국 정부가 ICJ의 ‘의무적 관할권’을 수락하지 않아 재판은 열리지 않지만, 재판에 응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할 의무가 발생한다.
일본 정부가 ICJ의 단독 제소를 결정한 배경에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국제사회에 여론전을 펼치기 위해서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징용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으며 국제법에 비추어 부당한 판결이라는 자국 입장을 영문으로 정리, 재외공관을 통해 각국 정부와 언론에게 주지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도 한국 측이 불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알릴 수 있는 기회로 판단하고 있다.
고노 장관은 이날 보도된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도 “국제법에 기초해 한국 정부와 맺은 협정을 대법원이 원할 때 뒤집을 수 있다면, 그 어떤 나라도 한국 정부와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터뷰는 일본 정부의 국제 여론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그는 지난 3일 가나가와(神奈川)현 거리연설에서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4일 군마(群馬)현에선 “한국 대법원 판결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는 등 연일 한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응 카드로 검토했던 주한 일본대사 소환은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나가미네 대사가 한국에서 재판 절차 등에 대해 한국 정부와 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서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국의 조선업계에 대한 공적지금 지원이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NHK 등이 보도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WTO 제소가 이뤄질 경우 한일관계의 더욱 악화할 전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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