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민주당, 정치자금 모금서 앞선 건
2010년 중간선거 이후 8년 만
11ㆍ6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월가(Wall Street)의 ‘큰손’들은 물론, 미 재계 전체에서 공화당보다 더 많은 정치자금을 기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기업적 성향이 강한 공화당 대신 재계 정치자금이 민주당에 몰린 것은 이례적 현상인데, 민주당 집권 시기인 2010년 중간선거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선거정국 내내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돈은 권력을 좇아 움직인다’는 속설이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CRP가 수집한 정치 기부금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7일까지 민주당 후보와 당 위원회는 미 기업들로부터 8억9,100만달러(1조10억여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공화당 후보 및 당 위원회에는 이에 약간 못 미치는 8억3,900만달러(9,426억여원)가 기부됐다. 정치자금 모금에 있어 민주당이 공화당을 앞선 것은 2010년 중간선거(민주 7억1,000만달러ㆍ공화 6억9,000만달러)가 마지막이었는데, 이번에 역전된 것이다.
월가로 ‘기부자의 범위’를 좁혀 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털, 중개업체 등 증권 및 투자산업계의 경우, 민주당 측에 8,500만달러(955억여원), 공화당 측엔 7,600만달러(854억여원) 기부금을 각각 건넸다. 월가의 ‘민주당 선호’ 현상은 2008년(민주 1억400만달러, 공화 7,560만달러) 이후 10년 만이다.
이처럼 민주당 쪽으로 정치자금이 더 몰린 것은 한마디로 기업들이 ‘민주당의 승리’에 정치적 베팅을 했음을 보여 준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CRP 책임연구원인 새러 브라이너는 WSJ에 “기업의 관심은 패자를 지원하는 데 있지 않다”며 “(민주당으로) 정치 기부금이 이동한 것은 비즈니스 세계가 적어도 민주당의 하원 탈환에 대비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미 상공회의소의 공화당 출신 정치 컨설턴트인 스콧 리드도 “똑똑한 기업 지도자들은 선거에는 ‘결과’가 뒤따른다는 걸 안다”며 “자신의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주당 주도 의회의 조사를 염두에 두고 정치자금을 건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치자금 기부의 ‘좌향좌’ 현상은 정당 외곽 단체들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무제한 기부’가 허용되는 외부 그룹들과 관련, 올해 증권ㆍ투자 기업들은 보수 성향 단체들(7,000만달러)보다 자유주의 계열(9,300만달러)에 더 많은 기부금을 건넸다고 WSJ는 전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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