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승리땐 미중 무역갈등 확대... 중국 중간재 수출 많은 한국도 타격
세계 금융시장이 6일 오후(한국시간) 시작되는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선거로 미국 의회 구도가 어떻게 재편되느냐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내외 경제정책 향방이 크게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미중 무역분쟁 전개 양상 등에 따라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질 수도 있는 터라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선거가 대다수의 예측대로 민주당의 하원 탈환, 공화당의 상원 다수당 유지로 결판날 경우 트럼프 정부의 정책적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예산안이나 법안 처리 과정에서 정부의 경제 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되면 ‘세제개혁 2.0’(중산층 추가 감세) 입법화 등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 추진이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고용을 비롯한 미국 경제 지표들이 호조를 보이며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가 상승세를 탄 점을 들어 공화당이 양원 다수당 지위를 지켜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경제정책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가 걸리면서 국내적으론 추가 감세 및 재정지출 확장 등 친성장 정책이 관철되고 대외적으로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 경우 미국 달러화 강세, 글로벌 교역량 감소 등의 경로를 통해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 경기 호조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의지를 더욱 굳힌다면 신흥국이 받는 충격은 배가될 수 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공화당이 양원을 차지할 경우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며 신흥국 금융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며 “(국내에서도) 선제적 위험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 특성상 선거 이후 미중 무역분쟁의 향방은 첨예한 관심사다. 시장에선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한다면 트럼프의 대중 관세부과 정책에 제동이 걸리면서 양국 무역분쟁이 완화될 수 있겠지만,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한 뒤 여론을 등에 업고 대중 통상 압력을 강화할 경우 중국뿐 아니라 대(對)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해 트럼프 지지율 상승을 배경으로 미중 무역갈등이 확대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악재가 됐다”며 “트럼프 지지율과 코스피는 역의 상관관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선전하는 편이 국내 증시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선거가 끝나면 결과와 큰 상관없이 글로벌 투자심리가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의 대중 강경책은 중간선거 승리를 염두에 둔 측면이 크며, 선거 이후엔 인프라 투자와 금융권 규제 완화로 정책 초점을 옮길 공산이 크다”며 “이달 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전에 미중 간 타협안이 도출된다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 반등의 동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선거가 끝난다는 것은 곧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는 의미”라며 “트럼프 정부가 블루컬러 노동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강경한 대중 정책을 펼쳤지만 선거가 끝나면 현실적 수준으로 수위가 조절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국내 증시 흐름은 엇갈렸다.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로 19.08포인트(0.91%) 내린 2,076.92에 장을 마친 반면, 코스닥은 1.29포인트(0.19%) 오른 691.94를 기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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