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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사전에 근무시간 정해 놓는 탄력근로제, 유연하게 개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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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사전에 근무시간 정해 놓는 탄력근로제, 유연하게 개선할 것”

입력
2018.11.06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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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고용노동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일자리 확대와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본인의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가진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일자리 확대와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본인의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요즘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ㆍ사 양측으로부터 협공을 받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규제 완화 등 친 시장 행보를 보이며 우(右)클릭을 한다며 잔뜩 불만이다. 민주노총은 총파업까지 예고한 상태다. 반면 경영계는 눈 앞에 벌어진 ‘일자리 쇼크’를 들이대며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등 급격한 노동정책이 고용까지 벼랑 끝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규제 완화 등 훨씬 강력한 친 시장 정책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갑(60)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월 21일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부처의 두 축인 고용과 노동이 동시에 큰 파도와 맞닥뜨린 쉽지 않은 상황. 과연 그가 취임 일성으로 밝힌 “일자리 확대와 노동 존중”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까. 지난 1일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이 장관을 만나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인터뷰=이영태 정책사회부장

-주로 고용 관련 부서에 있었던 고용부 재직 시절 이력 등을 감안하면 노동보다 고용 쪽에 더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목소리를 정부 내에서 대변하기 위한 노동 업무와, 구직자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는 고용 업무가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고용과 노동 두 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가야 한다고 생각하며 어느 것 하나에 우위를 두기는 어렵다.”

-정부의 지난달 일자리 대책(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을 어떻게 평가하나.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많다.

“지난 7월부터 일자리 상황이 굉장히 나빠져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런데 정부 예산은 단년도 회계 방식이기 때문에 지금 같은 연말에는 (단기 대책 외에는)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된다. 특히 요즘 일자리 문제를 겪는 분들은 주로 임시ㆍ일용직,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이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맞춤형 일자리 대책이 불가피한 면이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지표 악화를 불렀다는 지적이 거세다. 최저임금 영향 실태조사 결과는 언제 나오나. 최저임금 영향으로 일자리가 줄었다는 결과가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일단 연말까지 조사를 끝낼 예정이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분명히 있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소득을 높여 경제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효과도 분명히 있다. 이런 두 가지 측면을 함께 봐야 한다. 다만 부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보완책이 필요할 것이다. 어떤 보완책이 가능한지는 실태조사를 통해 찾아 보겠다.”

-보완책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조절도 포함되나.

“필요하다면 그렇다. 이미 대통령께서 공약 못 지킨 것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셨지 않나. 일정 부분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보완책 중 하나로 지역별 차등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10월 초 국회에서 밝힌 바 있다.

“원칙적인 측면에서 볼 때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최저’ 임금이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최저임금을 정한 뒤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 그보다 임금 수준을 높여주는 경우는 있지만, 정해진 최저임금보다 낮춰서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하려면 (최저임금을 덜 줄) 특정 업종과, 특정 지역을 구분해 내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한 의문이 있다.”

-정부 내에서 이런 의견 차이는 완전히 해소된 건가.

“10월 초까지는 부처 간에 다른 의견이 있었다. 이후에는 엇갈린 의견 표시는 없었던 걸로 안다.”

-또 다른 보완책으로 지금과 같이 노와 사, 그리고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최저임금법 시행 이후 계속 제기됐던 요구다. 합리적이지 않고 한쪽으로 너무 치우쳐진 결과가 나온다든지, 결국 공익위원이 좌지우지한다든지,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고용부도 국회 논의 과정에서 방안을 찾아보고 싶다.”

-주 52시간제 시행 4개월이 지났다. 획일적 적용에 대한 보완책으로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대는 어떤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나.

“탄력근로제를 활용하려는 기업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물어보면, 정확히 ‘어느 직원이 어느 날에 몇 시간 더 일하는지’를 전부 다 사전에 정해 놓고 노사 합의를 해야 하는 현행 방식이 너무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탄력근로제를 실시할 때 모든 것을 미리 정하게 하는 부분을 좀 더 완화하려고 한다. 단, 탄력근로제는 항상 노동자의 건강권 문제, 그리고 (초과근로수당 등)임금 문제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며 기준 완화시 보완 장치를 마련할 것이다.”

-현재 3개월인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은 연장하는 쪽으로 확정이 됐나.

“현재 단위 기간이 적절한지, 6개월이나 그 이상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 아직 살펴보고 있다. 이 역시 노동자 건강권 등의 보호장치와 같이 맞물려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5일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보완 입법조치를 마무리한다’고 합의했다.)

-특별연장근로 적용 대상을 넓혀달라는 업계 요구도 있다.

“탄력근로제 보완 대책이 나오면 그런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연내 입법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서둘러 대책을 내놓겠다.”

-포괄임금제가 근로 착취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인데 방향이 뭔가.

“외부기관의 연구용역 결과가 11월 말에 나온다. 최근 법원에서 포괄임금제에 대해 아주 엄격한 판결을 내리고 있는데, 근로시간을 측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서만 허용한다. 법원 판결대로 관행을 바꿔 가야 한다. 근로시간이 측정 가능한 곳에서는 인정하면 안 된다.”

-국정과제인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두고 경영계에서 우려가 많다. 실제 비준 시 문제가 생길만한 것이 있지 않을까.

“경영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실업자의 노조 가입 문제인 것 같다. ILO 해석에 따르면 노동 기본권 측면에서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산별노조보다는 기업별 노조가 우세한 우리나라 현실에서 기업들은 회사와 무관한 실업자나 해고자가 회사에 드나들거나 노사 협상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해고자의 노조 가입 등) 노동기본권은 이미 국제적으로 인정된 기준이어서, 우리의 특수한 상황만 앞세워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국제 기준에 맞춰 가면서, 경영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보완 장치를 함께 찾아봤으면 한다.”

-ILO 핵심협약에 비준하면 공무원도 파업할 권리가 생기는 것 아닌가.

“ILO도 ‘국가 명의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은 파업권을 제한, 금지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행정서비스를 중단했을 때 대응수단을 찾기 어려운 업무 특성상 민간 근로자와 달리 파업권 제한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공무원ㆍ교원 등의 노조할 권리는 국격과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친인척 채용비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처 방안은.

“지난해 5월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채용된 분들의 경우 정규직 전환을 염두에 두고 들어온 분들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앞으로 좀 더 철저하게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전 직장에 다녔다는 채용 증명도 받아보고, 추가 면접도 하고, 친ㆍ인척이 있는지, 어떤 경로로 취업하게 됐는지 전부 조사해 특별관리를 할 것이다. 전환 대상자들에게 ‘공정채용확인서’를 받아 사후에라도 문제가 발견되면 채용 취소가 되도록 하겠다.”

-절차상 큰 문제는 없더라도 정규직보다 느슨한 기준으로 알음알음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 공정성 시비를 부르는 원인 아닌가.

“저도 공공기관장(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내 봤지만, 문제가 있는 채용은 주변에 다 소문이 나기 마련이어서 전수조사에 들어가면 그런 부분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민주노총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다. 11월 21일에는 총파업도 한다. 고용부의 입장은.

“민주노총도 경사노위에 들어올 생각은 많이 하는데 내부 정리가 안 되어서 못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다시 논의한다고 하는데 저는 (복귀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사회적 대화에 굉장히 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조기에 참여해 줬으면 한다. (총파업과 관련해서는) 경제 상황도 함께 고려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

-양진호 회장의 직원 폭행ㆍ갑질 사건 이후 고용부는 뭐 하고 있냐는 비판이 나온다.

“회사에서 일어나는 갑질, 폭행은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은 반드시 조사를 해서 법에 따라 조치를 할 것이다. 또 조만간 (사후 조치가 아닌 사전 예방을 강화하기 위해) 근로감독을 강화할 수 있는 근로감독 혁신 방안을 발표하겠다.”

-재임 기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고용보험 적용 범위를 좀 더 넓혀 많은 분들이 고용안전망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래야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왔을 때 노동시장이 보다 안정될 수 있다.”

정리=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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