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민 서울 강동구 동물복지팀장… 지자체 첫 유기견센터 ‘리본’
“반려견은 장난감이 아닙니다.”
편견은 여전하다고 했다. 아직도 주변엔 ‘적당히 갖고 놀다가 버리면 그만이지’란 사고방식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려견 1,000만 시대를 맞이한 우리 사회 현주소에 대한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2년 넘게 현장에서 반려견과 함께 보낸 최재민(51) 서울 강동구 동물복지팀장의 진단은 그랬다. 5일 서울 양재대로에 위치한 강동구 유기동물 분양센터 ‘리본’ 에서 만난 최 팀장은 “지금까지도 반려견을 사람들과 동반자적인 관점이 아닌 단순하게 소모품으로 생각하는 견주들이 많다”는 말로 센터 개관 1주년 소감을 대신했다. 반려견에 대한 의식 부족부터 해결하진 않고선 후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최 팀장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선 처음으로 유기동물들의 입양이나 주인 찾기 등을 주된 업무로 지난해 12월 강동구 직영 하에 개설된 이 센터의 실질적인 운영자다.
사실 최 팀장과 동물의 인연은 의도치 않게 이뤄졌다. 2016년 7월 구의 순환 보직 시정 정책에 따라 갑자기 동물복지팀으로 이동하면서 시작됐다. “자전거팀에서 처음 생긴 동물복지팀으로 가라는 인사가 났어요. 동물하고 그렇게 친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감하기도 했고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는 2년 전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와 함께 그에겐 구내에 출몰 중인 길고양이에 대한 해법을 찾아내라는 미션까지 주어졌다. 구내 환경 미화와 구민들의 안전에 대한 위협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는 고양이 먹이를 길가에 초소형 야외용 텐트 모양의 ‘먹이 급식소’ 설치 묘안으로 구내 민원을 상당부분 해결했다.
하지만 진짜 난제는 그 이후였다. 길고양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자, 이번엔 길가에 버려진 유기견들과 관련된 민원들이 쏟아졌다. “‘산 넘어 산’이었어요. 버려지는 규모에서 유기견은 길고양이에 비해 3~4배 이상 많았어요. 암담했습니다. 단순하게 ‘먹이 급식소’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었거든요.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최 팀장은 리본센터의 잉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리본센터의 자랑은 높은 입양률이다. 체계적인 관리와 분양절차를 통해 주인 찾기와 입양으로 90% 이상의 유기견들이 안식처로 찾아간다. 실제 지난해 12월 문을 연 리본센터에 현재까지 들어온 212마리의 유기견 가운데 주인을 찾아간 경우는 92마리, 입양은 89마리(예정 10마리 포함)에 달한다. 이런 결과는 유기견들과 견주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서 비롯된다. 리본센터에선 사전과 사후로 나눠 철저한 교육을 진행한다. 우선 리본센터의 유기견 입양을 위해선 20일 이상, 숙려기간을 가져야 한다.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유기견 입양을 결정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강아지들의 특징과 습성, 관리법 등을 포함해 모두 7번의 교육까지 이수해야 유기견 입양이 가능하다.
이 과정에선 자원봉사자들의 도움도 크다. 한 사진 전문 스튜디오에선 리본센터 홈페이지에 올릴 유기견들의 ‘증멍사진’을 무료 촬영해 지원, 입양률 상승에 힘을 보탰다.
리본센터의 이런 스토리는 해외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영국 국영 방송인 BBC는 지난 2일 리본센터의 운영 상황을 3시간 넘게 촬영했다. BBC는 이날 촬영 분량으로 ‘개 식용 국가인 한국에서도 유기견 관리에 애쓰는 곳이 있다’는 내용의 방송을 이달 중순 내보낼 예정이다.
이처럼 리본센터를 유기견에 관한 한 국내외 모범 사례로 올려 놓은 주인공이지만 최 팀장은 현실적으로 부족한 보호 시설은 안타깝다고 했다. 매년 국내 위탁 보호소에 보내진 약 8,500마리의 유기견들 가운데 70% 이상이 안락사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간절함은 더했다. “유기견들에게도 새로운 보금자리로 찾아가기 이전에 머물 수 있는 사랑방들이 필요해요. 또 하나의 가족이 될 수 있는 유기견들의 생명도 소중하니까요.”
글ㆍ사진=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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