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월화드라마 사상 최고 시청률이다. 아역 시절 출연했던 작품들부터 성인이 된 이후 출연했던 ‘가족끼리 왜이래’ ‘쇼핑왕 루이’ ‘수상한 파트너’, 그리고 ‘백일의 낭군님’까지 잇따른 작품 흥행에 성공한 남지현은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했다. 어쩌면 그녀에게 ‘본 게임’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2004년 데뷔 이후 어느덧 데뷔 15년차 배우가 된 남지현. 자신이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자만할 법도 하건만 정작 본인은 이 모든 성과를 ‘운’이라 칭하며 겸손함으로 일관했다.
“작품 흥행에 좋은 성과를 얻었던 건 운도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성인이 된 이후 출연했던 작품이 ‘가족끼리 왜이래’를 제외하면 기대작이 아니었던 경우가 많아요. 주변에 쟁쟁한 작품이랑 같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서 약간 기대작에서는 벗어났던 작품이 많았는데, 세 작품 다 특징은 처음부터 중반까지 시청률이 꾸준히 올라갔다는 점이었어요. 스스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출연을 결심하는 편인데, 그럴수록 작품들이 잘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아서 저 역시도 신기했죠.”
지난 달 30일 자체 최고 시청률 14.4%를 기록하며 종영한 tvN ‘백일의 낭군님’은 드라마 시장의 시청률 기근과 케이블 채널의 한계를 뚫고 당당하게 흥행에 성공했다.
“사실 저도 사전 제작 드라마는 처음이라 걱정이 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어요. 한 번 찍어 두면 이후엔 고칠 수 없으니까요. 또 tvN 월화드라마가 시청률이 고전 중이던 자리라 다 같이 걱정을 했었죠. 그렇지만 일단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으쌰으쌰 했는데, 첫방 시청률부터 예상보다 좋았어요. 이렇게까지 많은 사랑을 받을 줄은 진짜 몰랐는데.(웃음) 그래서 매주 저희 단톡방에서 배우들과 감독님도 ‘이게 현실이냐’며 안 믿긴다고 놀라곤 했었죠.”
극 중 여자주인공 홍심으로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남지현. 그녀가 꼽는 ‘백일의 낭군님’의 성공 비결은 뭘까.
“스토리가 조금 뻔한 것 같으면서도 시청자 분들의 예상을 깨는 부분이 많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되겠구나’ 하면서 보시다가 ‘그게 아니네?’ 하시면서 다시 보게 되는 지점들이 있었거든요. 스토리의 힘이 있었죠. 또 배우들의 합 역시 좋았어요. 저희 배우들끼리 합이 정말 좋아서 그 케미가 화면 밖으로까지 전달되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게 아닐까 싶어요.”
도경수와 남지현이 연기했던 ‘원심 커플’은 시청자들의 응원 속 해피엔딩을 맞이하며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홍심의 궁 입성이 아닌 원득의 프로포즈가 엔딩으로 그려지며, 조금 더 확실한 두 사람의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아쉬움 아닌 아쉬움이 남았다.
이 같은 결말에 대해 남지현은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좋았다”는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많은 분들이 새드엔딩일까봐 걱정을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제가 궁으로 들어가진 않지만 해피엔딩을 맞았죠.(웃음) 둘이 미래를 기약하면서 끝났는데 저는 그 결말이 굉장히 좋았어요. 저희 특유의 유쾌함을 보여줄 수 있는 해피엔딩이었다고 생각하거든요. 덕분에 이번 작품을 마무리 할 때도 가벼운 마음으로 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지현은 성인이 된 후 가족극이었던 KBS2 ‘가족끼리 왜이래’를 제외하면 내리 로코물을 선택해왔다. 남지현은 이 같은 이야기에 “의도했던 건 아니었다”고 입을 열었다.
“당초 작품을 선택할 때 로코에 한정했던 건 아니었어요. 다만 지금 나이 대에 대중들이 저를 생각하는 이미지를 고려해서 어떤 캐릭터가 잘 맞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그런 순서가 됐던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백일의 낭군님’은 가장 종합적인 ‘로코 선물세트’였다고 생각해요. 배경 자체도 사극이라는 신선함이 있었고, 극 초중반과 말미의 분위기가 계속 바뀌는 점도 매력적이었고요. 모든 로코의 감정선을 담은 드라마라 어떻게 보면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어 아역 배우로서의 이미지를 완전히 털어버린 지금, 다른 장르에 대한 갈증은 없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남지현은 눈을 반짝였다.
“기회가 되면 다른 장르도 보여드리고 싶어요. 다음 작품이 뭐가 될 진 모르겠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장르가 오면 망설임 없이 하려고 생각 중이에요. 아직 다음 작품을 말하기엔 조금 이르긴 하지만, 아마 조금 진지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까지 밝고 명랑하고 풋풋한 느낌을 많이 보여드렸으니 장르물 같은 작품에도 출연해보고 싶어요. 제 입장에서는 여러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책임감이 있으니, 로코를 완전히 배척한다는 건 아니더라도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진지하고 어두운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우선적으로 도전하고 싶어요.”
그야말로 ‘똑 부러지는’ 행보를 이어오고 있는 남지현은 아직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다. 그 길 위에서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단 한 가지는 ‘솔직함’이다.
“저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인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꼭 지키자고 다짐했던 건 ‘솔직함’이었어요. 최대한 거짓되거나 가식된 모습은 없게끔 노력했었죠. 지금도 가장 신경 쓰는 건 언제나 솔직하게 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부분이에요. 앞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하는 제 이미지요? 사실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되면 좋겠죠. 지금은 밝고 명랑하고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강하다면 조금 더 나이가 들고 난 후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이미지였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될 수 있게끔 스스로 모니터링도 열심히 하면서 준비 중이에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었으면 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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