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산 초경질유 대체 불가 품목
수입선 다양해져 가격 하락 효과
“다음 연장 여부에 벌써부터 걱정”
한국이 미국의 대이란 2단계 제재에서 예외국으로 인정받으면서 국내 산업계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비록 원유 수입에 한정된 제재 예외지만 정유ㆍ석유화학 분야는 치명타를 피하게 된 데다, 거래 전면중단을 피하면 다른 나라 원유 수입가격도 낮출 수 있고 이란과 교역 채널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예외국 인정을 가장 반기는 건 국내 정유ㆍ석유화학사들이다. 석유화학은 반도체에 이어 수출 2위 품목으로 안정적인 원료 수입이 필수다.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원유 수입량 중 세 번째(약 13%)로 많을 만큼 비중이 작지 않았다. 특히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 격인 나프타를 많이 뽑아낼 수 있는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는 우리 업체들에 대체 불가한 품목이었다.
정유사 가운데는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석유화학사 중엔 SK인천석화, 한화토탈, 현대케미칼 등 5개사가 그간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 중이었는데, 미국-이란 관계가 악화한 올해 들어 수입량이 급감하다 최근엔 사실상 수입이 끊긴 상태였다. 이들 업체는 조만간 정부 주재 아래 미국이 허용한 예외 쿼터(수입 할당량)를 분배받아 수입을 재개할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콘덴세이트는 이란산이 막히면 카타르산 외엔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단가가 싼 이란산을 계속 쓰게 됐다는 의미 외에도 수입선이 다양해져 구매가격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이번 예외 인정이 한시적이어서 다음번 연장 결정이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조심스러워 했다.
원유 수입 못지않은 효과도 있다. 원유 수입이 가능해졌다는 건 그를 위한 결제선도 허용된다는 의미다. 물론 미국이 원유 수입만 예외를 인정해 당장 다른 품목의 수출은 제한된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미국의 대이란 제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국내 은행의 원화 결제 계좌를 이용해 향후 이란과의 제한적인 교역은 가능해질 여지가 있다. 이란이 원유를 수출하고 받은 원화를 우리나라 은행 계좌에 쌓아놓으면, 우리 기업이 이란에 제품을 수출한 뒤 대금을 이 계좌에서 원화로 받아가는 방식이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원화 결제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면 그 금액만큼 물품을 수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수출길이 열린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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