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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정 협의체 첫 결실… ‘합의를 위한 합의’에 그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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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야정 협의체 첫 결실… ‘합의를 위한 합의’에 그쳐선 안 된다

입력
2018.11.06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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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가 5일 청와대에서 열려 여야의 관심사항을 두루 망라한 합의문을 이끌어 냈다. 서로 자기 주장만 하며 ‘생각이 다름을 확인(agree to disagree)’하는데 그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여야가 모처럼 의기투합해 결실을 거뒀으니 일단 반갑다. 이 협의체가 당초 취지대로 ‘생산적 협치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대화채널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갖게 한다. 반면 늘 그래왔듯이 합의문의 잉크가 마르기 전에 딴 소리를 할 우려도 적지 않다. 합의 자체보다 실천 의지가 더 중요한 이유다.

합의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부와 여야는 경제ㆍ민생 상황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입법과 예산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고 밝힌 대목이다.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려면 올바른 진단이 앞서야 하고 초당적 협치의 공감대가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 아래 합의문은 신속한 규제혁신 입법 및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채용 공정성 제고,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예산 지원, 아동수당법 등 저출산 해소 입법 및 예산의 초당적 처리,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초당적 협력, 선거제도의 대표성ㆍ비례성 강화, 국민 안전 및 사생활 보호 등 생활적폐 척결에 이르는 12가지 합의를 명문화했다.

최근까지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와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문제를 놓고 험한 말을 주고받던 여야가 문제의식을 함께 나누며 합의을 도출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합의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과연 이 약속이 지켜질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이 ‘추진’ ’노력’ ‘논의’ ‘반영’ 등 구속력 없는 수사로 포장된데다 국정조사나 특별재판부, 슈퍼예산과 사법개혁 등 민감한 현안은 아예 피해간 흔적이 뚜렷해서다. ‘합의를 위한 합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정의당이 탄력근로제 확대에 반대했다고 별도로 설명한 것은 합의의 행간이 복잡함을 잘 보여 준다.

청와대와 여야는 이날 합의가 엄중한 상황 인식을 토대로 마련된 ‘대국민 약속’임을 명심해 작은 합의에서부터 신뢰를 쌓아 가야 한다. 합의문에 대한 당 안팎의 반발은 물론 구체적 협의 과정에서 직면할 암초도 적지 않겠지만 그럴 때마다 초당적 협력에 걸맞게 역지사지하며 실현가능한 대안을 마련하는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때마침 어제 문희상 국회의장과 5당 대표가 참석하는 2번째 ‘초월회’ 회동도 있었다. ‘협치 프로세스’는 이런 잦은 만남과 허물없는 대화로 이뤄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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