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사태 미수습 등 실망
4개 선거구 소수 정당에 내줘
EU는 “인권문제 해결 소극적”
미얀마 무역특권 철폐 압박도
군부독재 청산에 부정적 전망
다음 총선서도 승리 어려울 듯
미얀마 민주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노벨 평화상까지 수상한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 자문역의 고립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슬람 소수민족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유혈탄압을 외면하는 바람에 국제적 지지기반을 잃은 데 이어, 지난 주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는 그가 이끄는 정당이 완패했다. ‘수치 리더십’에 대한 미얀마 국민들의 실망 내지는 경고의 성격으로 해석된다.
5일 미얀마타임스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지난 3일 13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미얀마 보궐선거에서 수치 자문역이 이끄는 집권여당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기존에 장악하고 있던 4개 선거구를 군부 정당 등 다른 소수 정당에 내줬다. 4개 선거구 중 1개는 군부 측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차지했고, 나머지 3개 자리는 소수정당(2개)과 무소속 후보에게 돌아갔다. 묘 뉜트 NLD 대변인은 “7개 선거구에서 이겼고 6곳에서 졌다. 우리가 소수민족에 인기가 없었다”며 “평화 정착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소수민족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를 통해 심각한 민심이반 상황을 확인한 NLD에는 비상이 걸렸다. NDL 소속의 조 민트 마웅 만달레이 시장은 “큰 교훈을 얻었다”며 “다음 총선까지 남은 1년 반 동안 선거를 잘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NLD는 지난 3월 수치의 ‘오른팔’로 불리던 윈 민트 전 하원의장을 대통령으로 선출, 수치의 공약 이행과 내부 안정을 꾀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수치는 2015년 총선에서 군부독재 청산과 소수민족과의 화해 및 평화정착, 경제부흥 등의 공약을 내걸고 NLD의 압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72만명의 난민을 양산한 로힝야족 사태가 제대로 수습되지 못했고, 군부독재 청산작업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과 이 사태에 대한 수치 자문역의 외면은 그에 대한 국제 사회의 드센 반발을 불렀다. 현지 정치분석가 얀 묘 테인은 “NLD가 집권한 지 1,000일이 지났지만 헌법개정도 못하고 있고, 일자리 확대 공약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외국으로 떠났다”고 지적했다.
수치 자문역에 대한 실망이 국제사회 제재로 이어지면서 미얀마 경기는 급성장하는 역내 다른 국가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2017~2018년 미얀마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9억달러나 감소했다. 특히 유럽연합(EU)은 감시단을 파견하는 등 인권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미얀마를 향해 무역 특권 철폐까지 경고하고 있다. EU는 수치 자문역 당선 후 그를 지원하기 위해 미얀마 제품에 대한 무관세 혜택인, 일반관세특혜(GSP)를 2016년부터 적용하고 있다.
소수민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선거를 휩쓴 수치가 2020년 선거에서 2015년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인구 70%를 차지하는 버마족과 로힝야족으로 대표되는 수많은 소수민족과의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지만 방글라데시로 피신한 로힝야족에 대한 송환 작업을 앞두고 지난 4일 로힝야족 난민촌에서 미얀마 군경의 총격이 발생하는 등 상황이 꼬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정가 소식에 밝은 한 교민 사업가는 “미얀마 공무원들도 군부 특권을 인정하는 현행 헌법이 결국 개정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음 번 총선에서 수치 자문역이 정치적 승리를 거두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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