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지난 1일 열린 광주시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서구 중앙근린공원 1지구에 대한 민간공원 개발행위 특례사업에 제안서를 낸 광주시도시공사의 땅장사 논란(본보 10월 25일자 16면) 등을 비판하고 공정한 법 집행을 촉구하려던 광주시의원을 회유해 5분 자유발언을 취소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문제의 시의원은 도시공사가 아파트 등 비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공원 부지를 택지로 조성해 특정 민간주택건설업체에 팔려고 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언급한 뒤 해당 건설업체와 관련이 있는 고교 선배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5분 자유발언을 취소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아 파문이 일고 있다. 도시공사의 민간공원 땅장사 논란이 결국 건설업체와의 사전 결탁이라는 또 다른 의혹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모양새다.
5일 광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소속 A의원은 1일 오전 10시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274회 제2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 법과 제도에 따라 공정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5분 자유발언을 할 계획이었다. A의원은 이날 시가 민간공원 특례사업 2단계 예정 대상지 6곳 중 광주지역 최고 노른자위 땅으로 불리는 중앙공원 1지구(241만4,235㎡)에 대한 사업 제안서를 낸 도시공사의 사업참여방식과 제안서의 적격성 여부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었다. 도시공사가 비공원시설 부지(21만1,476㎡)를 택지로 조성한 뒤 민간주택건설업체에 매각하는 ‘땅장사 방식’의 사업 시행이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상 불가능한데도, 시가 “가능하다”고 거짓 해명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이 사업이 지역의 중요 관심사안으로 떠오른 터였다.
A의원은 관련 내용을 A4 용지 6장 분량으로 작성한 5분 자유발언 원고를 시의회 의안계에 제출, 출입기자들에게까지 배포했다. A의원은 이 원고에서 “국토교통부의 질의 회신과 변호사 법률 자문 결과, 도시공사가 제안한 택지개발 참여방식 제안서는 법률 위반으로 제3자에게 비공원시설 부지만 파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A의원은 본회의 개의 30분쯤 전에 돌연 5분 자유발언을 취소했다. 이날 오전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는 광주시 공원녹지과장과 계장이 의원실로 찾아와 “5분 자유발언을 취소해달라”고 1시간 가량 회유하자 이에 넘어간 것이다. A의원은 “고교 선배인 담당 과장이 계장과 함께 찾아와서 ‘(도시공사의 땅장사 사업방식 문제로) 시끄러우니 5분 자유발언을 참아주면 안 되겠냐’고 사정을 하는데 미치겠더라”며 “시가 관련 내용을 둘러싼 법리 문제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다고 한데다, 아직 회기도 많이 남아 있어서 일단 5분 자유발언을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이를 놓고 시의회 안팎에선 “집행부를 감시ㆍ견제하라고 뽑아 놓은 시의원이 되레 집행부의 회유에 넘어갔다면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의회의 위상을 스스로 땅에 떨어뜨린 꼴”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또 “시가 의회를 무력화시키고, 시민들의 알 권리마저 훼손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A의원은 해명 과정에서 상당히 휘발성이 강한 발언도 쏟아냈다. 실제 A의원은 “도시공사가 (중앙공원의 비공원시설 부지를 택지로 개발한 뒤) B건설업체한테 팔려고 한다는 얘기가 지역 부동산업계에서 돈다”고 말했다. A의원은 그러면서 “그래서 내가 만약 질의(5분 자유발언)를 하면 그게 부담스러워 한 템포 늦추자(5분 자유발언을 유보하자)는 말을 지인에게도 했었다”고 폭탄발언을 이어갔다. 자신과 관계가 좋은 고교 선배가 B건설업체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데, 도시공사의 사업 시행 방식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5분 자유발언을 하면 자신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A의원의 고교 선배도 건설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은 다만 “고교 선배로부터 5분 자유발언을 취소해 달라는 부탁 전화를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이는 시가 민간공원사업의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시 산하 도시공사에 땅장사 형태의 공영개발을 허용한 그 배경엔 건설업자와의 짬짜미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살 수 있는 발언이다.
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도시공사가 비공원시설 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민간업체에 분양할 수 있는지 여부를 놓고 명확히 정리된 게 없는데 A의원이 이와 관련해 5분 자유발언을 하면 거시기하니까 참아달라고 부탁했을 뿐 그 판단은 A의원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며 “현재 이와 관련해 법제처에 유권해석 의뢰를 준비 중”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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