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고통을 견딜 수 없다”며 24세 꽃다운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 했던 19세기 프랑스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의 친필 편지가 경매에서 고가에 낙찰됐다.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경매업체 오세나는 보들레르가 1845년 6월 30일 연인이던 잔 뒤발에게 죽음을 예고하며 작성한 편지가 4일(현지시간) 23만4,000유로(약 3억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개인 수집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편지는 보들레르의 생애 중 가장 어두웠던 한 시절을 담아낸 기록이기도 하다.
46세의 짧은 일기를 끝으로 생을 마감했던 보들레르의 일생은 대체로 어두웠다. 사제 신분이었다가 환속한 후 아마추어 화가로 지냈던 보들레르의 아버지는 보들레르가 6세가 되었을 때 사망한다. 이후 어머니의 재혼 후 보들레르는 가족과 떨어진 채 기숙학교에서 지냈으며 21세에 친부가 남긴 재산을 상속 받게 되지만 방탕한 생활을 이어가며 대부분 탕진하게 된다. 그의 가족들은 보다 못해 법원에서 보들레르의 금치산선고를 받아내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편지의 수신인으로 돼 있는 잔 뒤발은 보들레르의 첫 시집이자 생전 유일한 시집으로 알려진 ‘악의 꽃’의 주인공으로 암울한 젊은 시절 유일하게 그의 버팀목이 돼 준 연인이다. 하지만 보들레르의 어머니를 비롯한 주변인들은 그녀가 아이티 출신의 혼혈이라는 이유 등으로 ‘검은 비너스’ 등으로 부르며 보들레르 곁에 있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편지에는 뒤발에게 “당신이 이 편지를 받았을 때쯤이면 난 이미 죽었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고 잠에 들었다 다시 깨어나는 고통을 견딜 수 없다”는 구절 등이 담겨 있다. 편지를 쓴 당일 보들레르는 흉기로 스스로 삶을 끝내려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죽기 직전까지 20여 차례 이상 이사를 하며 도시의 셋집을 전전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는 매독과 실어증 등을 겪으며 46세의 사망한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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