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에서 20대, 30대, 50대 등 연령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가 계속 사망하고 있지만, 본사는 다단계 하청 구조 뒤에 숨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5일 CJ대한통운의 ‘위험의 외주화’로 하청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근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8월 아르바이트 대학생이 감전사고로 목숨을 잃은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서는 석 달도 안된 지난달 29일 비정규직 직원이 화물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또 다시 터진 바 있다. CJ대한통운 옥천 허브물류센터에서도 지난 8월 50대 노동자가 상하차 작업 중 쓰러져 사망한 바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과 공공운수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정의당 청년본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두 차례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 단체는 “이번 사고만해도 안전요원이 충분히 배치됐다면 막을 수 있었다”며 반복되는 사망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본사의 ‘반인권 반노동’ 행태를 꼽았다. 택배노조는 “본사는 물량확보를 위해 추구한 저단가 정책에 따른 영업이익을 마련하기 위해 택배노동자들을 쥐어짰고 택배의 거의 모든 부분을 외주화하면서 비용을 전가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측은 “이 범죄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CJ대한통운 경영행위의 결정자인 대표이사가 져야 한다”며 박근태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고용노동부는 CJ대한통운에 대해 8일부터 3주간 기획근로감독을 실시할 예정이다. 하지만택배노조는 이에 대해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기획근로감독을 넘어선 정부 차원의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미 감전사에 따른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는데도 또다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한 만큼, 고용부가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허브물류센터 하도급 금지, 필수적 산업안전요건 마련 등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들은 CJ대한통운에 대해 “자사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사망했음에도 추모는커녕, 물류센터 가동 중지로 초래되는 배송지연이 마치 택배 물량증가 때문인 것처럼 호도했고, 개선대책을 마련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작업중지를 풀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택배 근로자들을 보호할 택배산업 관련 법 제도가 미비한 현 상황이 안전사고 발생의 가능성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택배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본사와 직접 근로계약을 맺는 형식이 아닌 대리점을 중간에 끼고 다단계 계약을 맺는 특수고용 형태가 다수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택배산업은 관련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본사가 마음대로 택배 시설을 운영하고 택배기사들을 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근로자들을 보호할만한 노조 등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CJ대한통운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안전사고 발생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세밀한 부분까지 철저한 현장점검을 진행하겠으며, 이를 통해 완벽한 개선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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