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인도 남성이 10대 소녀를 소녀의 가족 앞에서 무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자신과 만나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경찰은 남성과 소녀의 신분 차이를 들어 ‘카스트(인도 특유의 사회계급)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시민단체는 “성범죄 가능성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인도 매체 더 와이어에 따르면, 남부 타밀나두 주 아서(Aathur)에서 같은 달 22일 디네쉬 쿠마르라는 남성이 라자락쉬미라는 성을 쓰는 이웃집 소녀(13)의 집을 찾아가 소녀의 어머니 앞에서 소녀를 낫으로 참수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소녀의 아버지는 근무 중이었고, 집에는 소녀와 어머니 둘뿐이었다. 현지에서 피해자 가족을 돕고 있는 여성운동가 카티르는 “범행 이후 남성은 소녀의 머리를 자기 집으로 가져갔고, 얼마 뒤 경찰에 자수했다”고 말했다.
범행 동기는 소녀가 남성의 구애를 거절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남성은 이미 결혼한 몸이었다. 남성의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카티르는 “경찰 수사 결과, 남성은 정신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카스트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의자 남성이 카스트 제도 최상위 계층에 속한 반면, 소녀는 최하위 계층인 ‘달리트(Dalitㆍ불가촉천민)’였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1947년 카스트 제도를 공식적으로 폐지했지만, 하위 계층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견고하다. 영국 BBC에 따르면, 2016년에만 카스트 계급 하층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4만여 건 발생했다.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는 경찰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범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성이 소녀에게 성적인 접근을 시도했고, 소녀가 이를 거절하자 살해한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유족은 “(카스트 범죄와 성범죄)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남성은 (소녀가) 성적 접근을 거절하자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
카티르는 “만약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운동과 같은 세계적 움직임이 없었다면, 이번 사건은 단순 살인으로 끝났을 것”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여성 대상 성범죄에 대한 인도 시민사회의 반응은 미온적”이라고 꼬집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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