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기체는 생명이 멎는 순간부터 변형∙부패한다. 외형적으로 큰 변화가 없는 ‘신선기’부터 팽창기-붕괴기-붕괴 후기-골격기를 거친다. 체온이 식고 마르며 혈액이 가라앉아 시반이 나타나고 경직되는 과정이 신선기다. 부패는 팽창기부터 본격화한다. 팽창기는 장내 박테리아 등 혐기성 체내미생물이 생명활동을 통해 산소∙탄소화합물 등 가스를 내뿜는 단계다. 그 과정을 통해 유기체는 서서히 형체가 무너지며 뼈만 남는다(백골화). 환경에 따라 건조가 부패보다 빨리 진행되면 미이라가 되고, 물 속 등 수분이 많은 경우 시랍(고체 형태의 지방산)이 되기도 한다. 저 과정을 생명현상에 대비해 ‘시체현상(Post-mortem Change)’이라 부른다.
근육조직이 수축∙차단돼 체내 가스가 배출되지 못하면 유기체의 붕괴기는 더 과격하게 진행될 수 있다. 폭발이다. 큰 유기체, 예컨대 고래나 코끼리라면 그 상황은 위험할 수도 있다.
2004년 타이완 남부 타이난(臺南)의 남서 해안가에 길이 17m 무게 50톤에 달하는 대형 향유고래 사체가 떠내려왔다. 타이난 국립 쳉공(成功)대 연구진이 사인을 규명하고 골격을 전시ㆍ보존할 목적으로 고래를 해부하기로 했다. 대학 내 해부가 허가되지 않자 연구진은 사체를 북쪽의 한 야생동물보호구역으로 옮기기로 했다. 하지만 대형 트레일러가 타이난 도심을 이동하던 중 사체는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악취의 가스와 부패한 지방 파편 등이 튀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고 구경꾼들도, 심하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봉변을 당했다.
가장 유명한 사건은 1970년 11월 9일 미국 오리건 주 플로렌스 해안의 ‘고래 폭발’이다. 길이 14m 무게 7.3톤의 향유고래 해체를 책임진 주 고속도로관리국은 해군 자문을 받아 사체를 폭파 해체하기로 결정, 다이너마이트 500kg을 장착했다. 하지만 그들은 사체 자체의 폭발력을 감안하지 않았다. 파편은 무려 240m나 날아갔고, 대형 파편에 차량들이 파손되기도 했다. 잔해물은 갈매기들이 알아서 처리해주리라 기대했지만 폭발음에 놀라 새들은 자취를 감췄고, 해체되지 않은 대형 지방덩어리가 많아 중장비까지 동원해야 했다.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지역 방송사 리포터는 “고래 사체가 떠내려오면 뭘 해야 할지 뿐 아니라 뭘 하지 않아야 할지도 알아야 한다”는 멘트로 저 뉴스를 전했다. 근년의 고래 사체는 대부분 소각하거나 매립한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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