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7년 11월 8일, 독일 뮌헨의 독일박물관 도서관에서 ‘Der ewige Jude(The Eternal Jew, 영원한 유대인)’란 제목의 미술전이 열렸다. 선전상 요제프 괴벨스의 주도하에 나치가 공식 후원한 전쟁 전 최대 규모의 전시회였다. 기획 의도는 반유대주의와 반공산주의. ‘영원한’의 의미는 ‘결코 개선될 수 없는’의 의미였다.
전시회 포스터는 카프탄 차림의 유대인이 오른손에는 금화를 왼손에는 채찍을 들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겨드랑이쯤에는 소련의 상징인 낫과 망치가 새겨진 유럽 지도가 놓였다. ‘돈을 이용해 독일을 볼셰비키화하려는 유대인의 음모’를 부각한 포스터였다. 전시에는 유대인을 모욕하고 조롱하는 내용의 그림과 캐리커처 외에 트로츠키나 찰리 채플린 등 유대인 정치인과 예술가들의 사진도 내걸렸다. 이듬해 1월 말까지 이어진 전시는 41만여명이 관람했다. 작품들은 이듬해 오스트리아 빈과 베를린 등지에서 순회 전시됐다. 당시 경찰 보고서에 따르면, 전시가 열리던 도시에서 유대인(공동체)에 대한 폭력 등 소요사태가 일어나곤 했다고 한다.
사실 ‘영원한 유대인’이란 전시 제목은, 구약에서 비롯된 전설 ‘떠도는 유대인(wandering Jew)’에서 유래했다. 유대인들이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를 조롱하고 모욕한 대가로 먼 ‘심판의 날’까지 영원히 터전을 잃고 불운 속에 방황하리라는 이야기다. 괴벨스의 영화계 심복이던 하이델베르크대 출신 감독 프리츠 히플러(Fritz Hippler)는, 역시 괴벨스의 지시로 1940년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했고, 영화는 그해 11월부터 독일 각지에서 상영됐다. 영화는 유대민족을 쥐떼와 기생충에 비유했다. “간사하고 겁 많고 잔인한 쥐들은 떼로 몰려다니며, 유대인이 인종을 오염시키듯이, 질병을 가져와 온 마을을 절멸시키곤 한다”는 문구, “쥐떼를 박멸하듯 유대인은 박멸되어야 한다”는 문구가 삽입됐고, 유대인의 가축 도살장면 등 극도로 끔찍한 장면들이 마치 유대인 만의 잔인성인 양 포함되기도 했다.
2차대전의 홀로코스트 이전에 나치 독일은 집요한 선전을 통한 제노사이드의 논리로 독일 시민들의 뇌를 잠식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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