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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재부상... “비핵화 우선” 선 긋지만, 싫지 않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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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 재부상... “비핵화 우선” 선 긋지만, 싫지 않은 미국

입력
2018.11.04 20:00
수정
2018.11.05 00:1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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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협상 지렛대 삼을 듯… 북미 비핵화 협상 판 깨질 우려도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이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 성폭력 실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탈북민의 인터뷰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케네스 로스 휴먼라이츠워치(HRW) 사무총장이 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 성폭력 실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탈북민의 인터뷰를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참 잠복했던 북한 인권 이슈가 본격 북미 협상을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비핵화가 우선 의제”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대화 개시 순간부터 대북 압박 수위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미국으로선 호재(好材)라는 분석이다.

유엔 총회 제3위원회에 새 북한 인권 결의안이 상정된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할 법한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단 2005년 시작된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채택이 북미 대화 국면인 올해도 어김없이 성사될 전망이다. 이달 1일에는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이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북한 성폭력 실태를 폭로했다. 또 17개월간 북한에 억류됐다 지난해 의식불명 상태로 풀려난 뒤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인 고(故) 오토 웜비어의 가족이 내달 미 법정에 출석해 고문과 처형 등 북한 인권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3일 미 관영 방송 미국의소리(VOA)가 보도했다.

파상 공세의 시발점은 유엔이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반도) 안보와 평화, 번영에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데도 북한의 인권 상황은 달라진 게 없다”고 일갈한 데 이어 이튿날 역시 유엔본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미 비정부기구 디펜스포럼의 수잰 숄티 대표도 “북한 독재 정권과 협상을 하는 동안 북한 인권 문제를 옆으로 미뤄둬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미 중간선거(6일) 이후 예상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북한 인권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 될 거라는 관측도 외교가에서 제기된다.

그러나 비핵화에 먼저 집중하겠다는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변함없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말 간담회에서 “비핵화가 모든 이슈를 진전시키는 대화의 매개체”라고 확인했다. 외교 소식통은 4일 “대북 압박 유지를 위한 국제사회 단속이 주 임무인 주(駐)유엔 미국대표부도 정치적 대북 압박 도구로 인권을 활용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협상 판이 깨질 수 있을 정도로 북한한테 인권이 불편한 의제여서다. 인권 압박 철회는 북한이 비핵화 반대급부로 원하는 체제 안전보장 조치에도 해당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실제로 조선중앙통신은 휴먼라이츠워치의 성폭력 실태 폭로와 관련해 조선인권연구협회 대변인이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의 흐름을 역전시켜보려는 위험천만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4일 보도했다.

다만 “관계 개선과 제재는 양립불가”라는 북한 논리에 미국이 “선(先)비핵화가 제재 완화의 관건”이라는 대응 논리를 만들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끄는 데에는 인권이 부각되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정치범 석방, 억류자 송환 등 인권 관련 조치가 제재 해제 조건으로 명시된 미국의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 구조상 의회 협조 없이는 제재를 풀기 어렵다는 사실이 되레 협상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도 있다고 보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북 인권 문제 제기는 신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의회나 민간의 입을 빌린 우회적 인권 거론이 협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는 것도 감수할 만큼 북한에게 인권이 위험한 의제라는 사실은 늘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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