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이북지역의 산림보호림이 북방계식물과 남방계식물이 공존하고 희귀식물이 자생하는 생태계 보고임이 확인됐다. 여의도 240배에 달하는 이 지역은 남북 협력에 따른 비무장지대(DMZ)의 난개발을 막는 실질적 보호막의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4일 산림청과 녹색연합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 2006년부터 올해 12월까지 민통선 이북지역의 국유 6만9,189헥타르(ha)를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관리해 오고 있다. 올해 8~10월 지정된 면적은 1만5,340ha로 지난해 보다 28% 늘었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은산림청이 특별히 보호ㆍ관리하는 산림 구역으로, 국립공원 등과 함께 대표적인 자연 보호 제도로 산림에서 가장 가치가 높고 절대적인 보전 대상을 정부가 법으로 선언한 것이다.
이곳이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녹색연합과 동국대 등 소속 환경 전문가들이 2005년부터 민통선 이북 지역의 산림 생태계를 조사해 생태적 가치를 확인하고, 같은 해 10월 산림청에 건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건의 내용을 검토한 산림청은 같은 해 12월 민통선 이북 지역인 강원도 철원군, 화천군, 양구군, 인제군에 걸친 국유림 2만819㏊를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지정했고 이후 면적을 확대해 왔다
민북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관속식물은 2,504종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 기준 한반도 관속식물 4,497종의 절반이상인 55.6%에 달한다. 특히 한반도의 북방계식물과 남방계식물이 공존하고 있으며 왜솜다리, 금강초롱꽃, 솔나리 등 멸종위기종 51종을 포함해 285종의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강원 양구군 백석산에서 금강산 내금강으로 이어지는 옛 금강산 가는 길도 보전되어 있는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산도 남아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지정은 DMZ 생태계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첫 번째 행정행위”라며 “남북 협력으로 DMZ 개발사업이 줄을 잇고 있는데 올해 중간에 비어있던 지역까지 모두 보호구역으로 지정함으로써 DMZ의 난개발을 막는 완충지대와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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