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車 관세 여부, EUㆍ日 협상 결과와 연동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당초 올해 중간선거(11월 6일) 전에 할 것으로 보였던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부과 결정이 내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관세부과의 주요 타깃인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미국이 여전히 개별 무역협상을 벌이는 중이어서, 향후 압박용 카드로 남겨 두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4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초 수입 자동차 관세부과 카드를 꺼낸 건 다분히 중간선거를 위한 포석이었다. EU와 일본을 자동차 관세 카드로 압박해 미국에 유리한 시장 개방을 이끌어내 백인ㆍ노동자 층의 표를 더 끌어내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EU, 일본과의 무역협상이 선거 전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현재 미 행정부는 내년 1월 일본과 농산물 시장 개방을 골자로 한 무역협상을 개시할 예정이다. 일본은 내년 호주, 뉴질랜드, EU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할 계획인데, 이럴 경우 일본에 수출하는 미국산 농산물이 경쟁력을 잃게 된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미국 인디애나주 미국농업교육진흥회(FFA) 행사에서 “일본이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일본 자동차에 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EU와는 지난 7월 자동차 제외 품목에 ‘무관세 무역’을 추진하기로 합의했지만 EU가 협상 속도를 늦추면서 아직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지난달 17일 “이건(무역협상은) 5년짜리 프로젝트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협상 타결에 앞서 EU에 대한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EU, 일본과의 무역협상이 본격화되는 내년에 자동차 관세부과 카드를 꺼내 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미 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관련 조사를 시작한 지난 5월23일 이후 최장 270일 안(내년 2월16일까지)에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미국으로선 시기적으로 270일을 꽉 채운 내년 2월쯤 자동차 관세부과 이슈를 재점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경우 트럼프의 자동차 관세부과 위협도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박사는 “보호무역의 대표 수단인 반덤핑 조치는 이미 전임 오바마 정부에서부터 급증했다”며 “민주당이 승리해도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가 쉽게 없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 대한 자동차 관세부과 여부도 주 타깃인 EU, 일본과의 협상 결과에 연동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두 거대시장에는 관세를 부과하면서 우리만 빼주기는 쉽지 않을 거란 우려다. 반대로 EU, 일본에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 우리도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김현우 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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