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DSR 규제 운용 구체화… 비대면 대출 소득인정 제한 폐지
가계대출의 원리금 합계가 연소득의 90%를 넘는 은행 대출은 사실상 거절되고 70%를 넘는 경우에는 본점의 심사를 거쳐야 대출 실행 여부가 결정된다. 인터넷은행이나 시중은행 모바일뱅킹을 통해 비대면 대출을 받는 직장인들은 소득 인정 기준이 완화돼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은행별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운용방안을 마련하고 지난달 31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가계별로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합계를 연소득으로 나눈 수치인 DSR을 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가계대출을 규제하도록 한 데 따른 조치다. 당국은 DSR 70% 초과를 ‘위험대출’, 90% 초과를 ‘고위험대출’로 분류하고 은행 전체 대출에서 각각 15%, 1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은행별 운용방안을 종합하면 DSR 90%를 넘는 대출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우리은행은 DSR 90% 초과대출을 ‘자동 거절’로 분류했다. 다만 본점에서 특별심사를 거치면 대출을 내줄 수 있다는 단서는 달았다. 농협은행은 DSR 100% 이내이면서 농협자체신용등급이 6등급 이내인 경우에 한해 대출해주기로 방침을 정했다. 농협자체신용등급이란 신용평가사 점수에 농협은행의 거래내역 등을 반영해 산정한 신용등급이다. 신한은행은 DSR가 70% 초과~120% 이하인 경우 본부 심사로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120% 초과 땐 대출을 거절하기로 했다.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DSR 70% 초과 대출도 ‘은행 본점 승인’ 사항으로 규정했다. 영업점에서 점장 전결로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일반 대출과 달리 고(高)DSR 대출은 본점이 직접 대출 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은행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DSR 70%가 1차 관문, 90%가 2차 관문 역할을 하는 양상이다. 70%를 넘으면 대출 심사를 엄격하게 하고 90%를 넘으면 특이사항이 없는 한 대출을 거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직장인들의 비대면 대출 한도는 늘어났다. 그간 인터넷은행이나 시중은행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은행이 증빙소득 자료(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등)를 받지 않는 대신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 납부명세와 같은 공공기관 발급자료를 기준으로 소득을 환산해왔는데, 이때 소득은 5,000만원 한도에서 환산액의 95%만 인정해왔다. 이러던 것을 DSR 규제 강화를 계기로 직장인에 한해 환산액을 한도 없이 전부 소득으로 인정해주기로 한 것이다. 인정소득이 늘어나면 대출한도도 그에 비례해 늘어난다.
예컨대 연소득이 5,000만원인 직장인 A씨가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을 증명하면 5,000만원의 95%인 4,750만원만 연소득으로 인정됐지만 앞으로는 5,000만원 전액이 소득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A씨의 연봉이 6,000만원으로 올라도 인정소득 상한인 5,000만원만 소득으로 반영하던 것도 이젠 6,000만원 전부 소득으로 인정된다.
고객이 은행 예적금을 담보로 해당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예적금 담보대출은 DSR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다.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기본적으로 DSR 70%에 해당하는 금액까지만 빌릴 수 있는 것과 달리, 본인 명의 예적금 납입액의 95%까지 빌릴 수 있는 예적금 담보대출에는 대출 가능 금액 제한을 두지 않은 것이다. 고객은 금리 조건이 좋은 예적금을 해지하지 않고도 목돈을 융통할 수 있고, 은행은 예적금으로 많은 돈을 맡기는 우수고객에게 위험 부담 없이 대출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 다만 예적금 담보대출도 은행의 DSR 위험대출 관리비율(15% 이내)의 제한을 받는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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