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연설서 “배상 판결 받아들일 수 없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장관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은 한국에 모두 필요한 돈을 냈으니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노 장관은 3일 가나가와(神奈川)현 지가사키(茅ヶ崎市)시에서 열린 거리연설에서 “일본은 이번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대해 “한국 정부가 책임지고 한국 국민에게 보상과 배상을 한다는 결정”이었다며 “일본 정부는 한 사람 한 사람 개인을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에 그만큼의 돈을 경제협력으로 건넸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한국의 1년 예산이 3억달러였는데 일본은 5억달러를 한국에 일괄적으로 건넸다”며 “이것이 현재까지 한일 간 약속 중에 가장 기본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보상 판결에 응할 수 없고 한국 정부가 일본 대신 보상하는 조치를 취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노 장관은 대법원 판결 직후 담화에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통화에서도 한국 정부의 조속한 대응을 촉구하면서 한국을 압박했고, 지난 1일 자민당 외교부회 소속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100% 한국 측이 책임지고 (대응 방안을) 생각할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정부가 판결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강조하며 일본 정부가 요구하는 조속한 대응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것도 문제 삼았다. 사실상 ‘시간 벌기’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아사히(朝日)신문은 4일 ‘한국 청와대의 침묵’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권은 이전 박근혜 정권을 비판하는 의도에서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한일관계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며 “국민감정을 자극할 수 있어 해결이 어려운 징용공 문제에 대처하는 자세를 충분히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국회 시정연설을 했지만 징용공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며 “한국 정부는 관계부처 회의를 가동했지만 대응책을 발표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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