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선(63)씨의 목소리는 38년 동안 여러 명의 사람을 살렸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지는 답답함을 가만히 들어주고 ‘잘 참아내고 견뎠다’는 한 마디 건넸을 뿐인데 ‘죽고 싶다’고 전화했던 사람들은 줄줄이 ‘감사하다’ ‘열심히 살아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처럼 1981년부터 지금까지 ‘생명의 전화’ 상담 자원봉사를 해 온 박씨가 서울시 ‘지역사회공헌 우수 소상공인’ 수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에서 요양보호사교육원을 운영 중인 박씨는 한 달에 두 번씩 꾸준히 생명의 전화 상담 봉사를 해 온 공로를 인정 받았다. 생명의 전화는 국내 최초 전화 상담 기관이다. 24시간 365일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상담 중인 생명의 전화는 생명 존중 문화 확산과 자살 예방 실천을 위해 세워진 국제 비정부 기구다.
박씨는 “똑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구는 이를 극복해내지만 또 다른 이는 죽고 싶어한다”며 “앞으로도 전화 상담으로 어려운 일에 닥친 사람들이 희망을 보게 하는 동시에 마음의 근육을 키워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서울시는 5일 ‘소상공인의 날’을 기념해 지역사회공헌 우수 소상공인 시상식을 연다고 4일 밝혔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이번 시상식에선 박씨를 포함한 총 16명의 소상공인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행사는 대기업들의 골목 상권 진출 속에서도 나누고 베푸는 소상공인들의 미담 사례를 발굴, 전파하면서 소상공인들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 수상자로는 박씨 외에도 중증 장애 어린이와 저소득층 소아암 환자에게 매년 2회 이상 직접 캔 산삼을 기부해오고 있는 ‘산삼감정협회’의 박형중씨, 청량리동 동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연계해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매월 반찬 제공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남원상회’ 김순식씨, 지역 내 저소득 장애인을 대상으로 맞춤 구두 깔창을 제작해 기부하고 있는 ‘해원다이얼’의 김남홍씨 등이 뽑혔다.
이성은 시 소상공인지원과장은 “우리사회가 더욱 따뜻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한결같은 선행과 나눔으로 지역사회에 헌신적으로 공헌하고 계시는 숨은 사장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시상식은 5일 서울시 무교청사 9층 회의장에서 진행된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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