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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행정] 일회용품 없는 생태문화장터 ‘순천시 숲틈시장’

입력
2018.11.05 04:4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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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순천시 숲틈시장 

 주민들 직접 먹거리, 수제품 팔고 

 마을 홍보하는 기회 얻어 

지난 달 20일 전남 순천시 석현동 향림골마을에서 생태문화장터로 열렸던 숲틈시장이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순천시 제공
지난 달 20일 전남 순천시 석현동 향림골마을에서 생태문화장터로 열렸던 숲틈시장이 시민과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순천시 제공

“숲틈시장엔 거대한 자본의 숲 그늘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바로 주체란 의미가 담겨있어요.”

전남 순천시 석현동 향림골마을 숲틈시장에서 순천만 모형의 수공예 촛대를 판매 중인 어떤하늘 박소연(32) 대표의 숲틈시장에 대한 자부심은 상당했다. 어떤하늘은 5년 전 서울에서 순천으로 내려온 박 대표가 수공예 제품을 위주로 운영 중인 소규모 공방이다. 박 대표는 “‘순천만’이란 이야기가 있고 나만이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물건을 내놓을 수 있는 적합한 공간이란 점에서 숲틈시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숲틈시장은 복잡한 지역사회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입고 먹을 수 있는 작은 공간이란 의미로 조성된 생태문화 장터다. 빽빽한 공간의 숲에서 나무 하나가 쓰러지면 나무 사이로 들어온 햇볕이 음지를 비추면서 다양한 생명들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에서 착안됐다. 지난 8월 향림골에서 처음 시작된 이 시장은 매월 1회씩 열리고 있다. 숲틈시장은 특히 순천시 전역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시민들의 생활 속 생태문화 확산과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교류의 공간 확보 차원으로 기획됐다.

이 곳에서 마을 주민들은 건강한 먹거리 판매와 마을 홍보의 기회를 제공한다. 숲틈시장은 또 시민들에겐 먹고 쓰는 것을 누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투명하게 공개되면서 신뢰성에 바탕을 둔 문화장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숲틈시장은 상품 판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재밋거리와 독특한 공연이 어우러져 기존 시장과는 다른 점이 많다”며 “조금은 불편할지 모르지만 일회용품이 없고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시장, 판매자와 구매자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공간, 누구나 환경에 참여할 수 있는 대안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사실 기존 장터나 축제장에선 환경이나 행사 운영적인 측면에서 개선의 목소리가 높았다. 확성기 소음과 천편일률적인 천막, 행사장 주변에 나뒹구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았다. 행사 판매 부스는 지역주민 참여가 낮고 대부분 외부 상인들이 차지하는 게 현실이었다. 전체적인 행사 기획 역시 행정기관이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주도하면서 대규모 소비성 장터로 진행해 왔던 사례도 많았다.

반면 숲틈시장은 생태문화 장터란 분명한 주제가 있다. 장터 기획자인 마을 청년 프로듀서(PD)와 주민이 함께 밑그림을 그리면서 참여도도 높아졌다. 가져 온 쓰레기는 다시 가져가는 문화를 만들어 일회용품 사용도 크게 줄였다. 작은 예산으로 장터 운영이 가능하고 장터수익은 직접 주민에게 흘러가는 선순환 체계도 구축했다. 여기에 문화가 녹아있는 콘서트를 통해 참여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문화장터로 자리매김 시켰다.

숲틈시장 판매자가 되기 위한 절차도 까다롭다. 단순 판매행위 금지는 기본이다. 또한 자신이 물건을 왜 파는지에 대한 분명한 주제와 이유를 사전 마을PD와의 1대1 인터뷰에서 설명해야 한다. 향림골에선 현재 농부, 공예가, 음악가, 요리사 등 주민 30여팀이 참여해 채식커리, 우리밀 천연발효빵, 밀랍으로 만든 자연 크레파스, 유기농 면 생리대 등 다양한 수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순천시는 지역 마을 곳곳에 숲틈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장성혜 향림골 마을PD는 “숲틈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상처받는 청년들이 작은 실험을 하고 위안을 받는 곳이다”며 “지역의 천편일률적인 문화 공간에서 벗어나 다양성이 인정될 수 있는 새로운 대안공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순천=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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