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등산객들이 주는 먹이에 길들여진 새끼 반달가슴곰이 다시 포획돼 여생을 갇힌 채 살아가게 됐다.
4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따르면 공단 측은 2017년 1, 2월생으로 추정되는 러시아에서 온 수컷 반달곰 RM-62(R은 러시아, M은 수컷)를 지난해 11월 지리산에 방사한 뒤 추적 관찰해왔다. 그러나 최근 등산객들이 건넨 페트병에 든 오미자 음료를 병째 들고 마시는 영상을 제보 받고 더 이상 방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달 19일 회수했다.
RM-62가 처음부터 사람들에게 접근했던 것은 아니다. 종복원기술원은 올해 5월 지리산 노고단과 화엄사 계곡 부근에서 사람을 피하기 위해 나무 위로 올라간 RM-62가 등산객들의 눈에 종종 띄자 더 깊은 산속인 벽소령에 옮겨 방사했다. 곰은 한동안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지내는 듯 했으나 다시 지리산 노고단 쪽으로 이동해 사람들 곁으로 다가왔고, 10월 초 다시 장당골로 거처를 옮겨 방사됐다. 하지만 그 사이 등산객들의 먹이와 휴대폰 촬영에 익숙해진 반달곰은 사람을 무서워하거나 피하지 않고 초콜릿, 양갱 등을 얻어 먹기 위해 등산객들의 뒤를 쫓아다녔다.
종복원기술원은 이대로는 사람과 새끼 반달곰 모두의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포획하기로 결정했다. 포획된 RM-62의 덩치는 키 138㎝, 몸무게 58.7㎏으로 측정됐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RM-62는 다시 방사될 가능성은 적고, 반달가슴곰 증식을 위한 개체로 살아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종복원기술원 측은 설명했다.
문광선 종복원기술원 센터장은 “곧 동면기간을 앞두고 있어 자연에서 겨울잠을 자고 야생성을 되찾기를 바랐지만 결국 사람들의 달콤한 먹이에 길들여져 불가피하게 회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센터장은 이어 “먹이에 길들여진 곰은 야생성을 잃고 사람에게 접근한다”며 “아무리 새끼 곰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들고 있는 먹을 것을 낚아 채기라도 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끼곰은 주변에 어미곰이 있을 확률이 높고, 어미곰은 새끼곰을 위협하는 것으로 판단하면 사람을 공격할 수도 있다.
한편 지리산에 방사됐지만 수도산으로 세 차례 이동했다 포획돼 ‘콜럼버스 곰’이라 불렸던 KM-53은 지난 8월27일 방사 이후 김천 수도산과 가야산을 넘나들며 안정적으로 활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지리산에서 활동하는 개체는 55마리며 올해 민가로 내려오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회수한 곰은 RM-62를 포함해 세 마리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반달가슴곰 RM-62이 페트병 음료수를 주워 먹는 모습(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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