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40개월 만에 풀려난 준페이 대상
日 냉소적 시선에 반론도 줄이어
40개월 간 시리아 무장단체에 억류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프리랜서 언론인 야스다 준페이(安田純平)의 ‘자기책임’론을 놓고 논란이 뜨겁다. 일본인 다수는 그의 귀국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정부의 자제 요청에도 분쟁지역 취재를 위해 2015년 6월 시리아에 입국했다가 무장단체에 피랍됐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일본은 분쟁지역 취재를 하지 말란 말이냐”며 알 권리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언론인에 대한 과도한 비판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야스다는 2일 도쿄(東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석방을 위해 노력해 주신 여러분과 걱정해 주신 여러분에게 사죄하면서 깊이 감사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분쟁지역에 들어간 이상 자기 책임”이라며 “폐를 끼쳐드렸기 때문에 제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다만 그는 “분쟁이 일어나는 곳이 있으면 이를 보러 가는 기자의 존재는 필요하다”며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의 사과에도 인터넷상 비판 여론은 여전하다. 트위터 등에선 “이번에도 (그의 석방까지) 일본 정부가 뒤를 봐주었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에는 “장기간 억류된 사람치곤 건강해 보이는 이유를 언론이 취재해 달라”는 힐난성 댓글이 적지 않았다. 야마다 겐타(山田健太) 센슈(専修)대 교수는 마이니치(每日)신문에 “일본인들이 전쟁과 시리아는 자신과 상관 없는 문제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미디어에 대한 불신도 깊다”고 진단했다.
자기 책임론은 일본에선 낯설지 않다.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는 ‘메이와쿠(迷惑)’ 문화의 영향이다. 지난 2004년 이라크에서 자원봉사 도중 납치된 인질 3명은 일본에 도착했을 당시 “국가에 폐를 끼쳤다”며 항의하는 시위대 앞에 고개를 숙여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야스다를 옹호하는 유명 인사들도 적지 않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다르빗슈 유는 트위터에 “위험한 지역에 가서 억류된 사람에게 ‘자업자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르완다에서 일어난 일을 공부해 보라”며 “아무도 가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야스다에 대한 비판에 불만을 표시했다. 일본 축구 대표 혼다 게이스케(本田圭佑ㆍ멜버른 빅토리)도 “나도 여러나라에서 정치와 비즈니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걸로 억류된다면 정말 불안할 것”이라며 “여러 의견이 있지만 어쨌든 석방되어서 다행”이라고 밝혔다.
유럽 언론에선 지나친 자기 책임론을 생경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프랑스 언론인을 인용해 “야스다는 기자 일을 하다가 사건에 휘말렸다. 프랑스라면 걱정해 준 분들에게 감사를 표하겠지만 사과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선 2014년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억류된 자국 기자 4명이 석방됐을 당시 프랑수아 올란드 대통령이 공항까지 가서 마중한 바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