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단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
삼성ㆍ도시바 이어 세계 3번째
셀-회로 수직 배열 기술로 차별화
“128단도 독자 기술 개발할 것”
SK하이닉스가 96단 512기가비트(Gb) 용량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했다. 전원이 끊겨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낸드플래시는 모바일 기기와 데이터센터까지 대용량 저장기기에 폭넓게 사용 중인 반도체다. 96단은 낸드 업계 세계 1위 삼성전자(7월)와 2위 도시바메모리(9월)가 올해 하반기 양산을 시작한 현존 최고 성능의 낸드플래시다. SK하이닉스는 96단을 독자기술로 개발해 세계 최상위권인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도 약진을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96단 512Gb TLC(3비트)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 연내 초도 양산에 들어간다고 4일 밝혔다.
지난해 4월 72단 3차원(D)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SK하이닉스는 이후 1년 6개월 만에 96단 기술까지 완성하며 ‘5세대 낸드’ 시대에 진입했다. 96단 낸드플래시는 지난달 4일 충북 청주시에 준공한 신규 공장 M15에서 양산한다. SK하이닉스는 72단 낸드와 구분하고 기술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96단 제품을 ‘CTF 기반 4D 낸드플래시’로 명명했다.
96단 512Gb는 72단 512Gb 3D 낸드보다 칩 사이즈가 30% 이상 줄었고, 웨이퍼(Wafer)당 비트(bit) 생산은 1.5배 증가했다. 쓰기와 읽기 성능은 각각 30%, 25% 빨라졌다.
한 칩 안에 플레인(셀과 주변부 회로의 집합체)을 4개 배치, 동시에 처리 가능한 데이터는 업계 최고 수준인 64킬로바이트(KB)로 두 배가 늘었다. 96단 512Gb 낸드 1개가 기존 256Gb 낸드 2개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어 원가 절감 효과도 높다.
새로운 설계 기술로 데이터 전송속도는 1,200메가비피에스(Mbps)까지 높아졌고 동작전압은 1.2볼트V로 낮아져 72단 낸드 대비 전력효율은 150% 향상됐다.
데이터 저장공간인 셀(Cell)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용량을 늘리는 적층 낸드는 셀들 간 간섭이 최대 난제다. 높이 쌓을수록 간섭은 더욱 심해진다. SK하이닉스는 전하를 부도체에 저장하는 CTF와 셀 영역 아래에 셀 작동을 관장하는 주변부(Peri) 회로를 배치하는 PUC를 결합한 고유기술로 간섭을 극복하며 96단 낸드를 만들었다. PUC는 건물의 옥외주차장을 지하주차장으로 구조 변경해 공간효율을 극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SK하이닉스는 96단 낸드와 동일한 기술로 차세대 128단 낸드도 개발 중이다. SK하이닉스는 “CTF를 기반으로 PUC를 결합한 것은 세계 최초이고, 경쟁사들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96단 512Gb 낸드플래시에 자체 개발한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탑재한 최대 1테라바이트(TB) 용량의 소비자용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72단 낸드 기반 기업용 SSD도 내년에 96단으로 전환하고, 차세대 스마트폰용 UFS 3.0 제품을 내년 상반기 출시해 모바일 시장을 공략하는 계획도 세웠다.
SK하이닉스는 96단 1테라비트(Tb) 용량의 TLC 낸드와 1Tb QLC(4비트) 제품도 내년 중 출시할 예정이다. 셀 한 개에 2진수 4자리 데이터를 넣을 수 있는 QLC는 칩 크기가 동일하더라도 3자리 데이터를 담는 TLC보다 저장용량이 33% 늘어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커스(TrendFocus)는 올해 2분기 수량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SSD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동기(5.6%)보다 증가한 9.9%로 집계했다. SK하이닉스가 기업용 SSD를 올해 3분기부터 본격 출하한 점을 감안하면 향후 가파른 점유율 상승이 전망된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30%에 육박하는 점유율로 부동의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아직 4, 5위 수준이다.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 김정태 상무는 “CTF 기반 96단 제품은 업계 최고 수준의 원가 경쟁력과 성능을 동시에 갖춘 SK하이닉스 낸드 사업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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