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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학생의 날 울려 퍼진 스승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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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학생의 날 울려 퍼진 스승의 노래

입력
2018.11.03 18:30
수정
2018.11.04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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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스승의 성희롱 너무 많아서, 나날이 갈수록 심해만 지네”

학생의 날(학생독립운동기념일)인 3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 일대에선 개사된 ‘스승의 은혜’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 노래를 부른 학생 등 집회참가자 250여명(주최 측 추산)은 “우리는 꽃이 아닌 불꽃이다” “성차별은 교육이 아니다” 등 구호를 외치며 전국 중ㆍ고등학교에 만연한 학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ㆍ용화여고성폭력뿌리뽑기위원회ㆍ행동하는예비교사모임 등 35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집회를 열고 “학내 성폭력에 대한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을 시행해야 한다”며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학생인권법을 제정해 수평적인 학교를 만들라”고 주장했다.

거리에 설치된 교단에 오른 학생들은 직접 겪은 학내 성폭력을 구체적으로 폭로했다. 대안학교 졸업생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교장을 제외하고 한 명뿐이던 40대 후반 교사가 날 끌어당기며 갑작스럽게 키스를 했다”라며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청주에서 온 한 고등학생은 “선생님이 ‘여성은 남성 앞에서 자면 안 된다. 여자는 60㎏을 넘어가면 안 된다’ 등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학내 성폭력이 일상적 경험이라고 증언했다. 집회 취지에 공감해 홀로 이곳을 찾았다는 김모(17)양은 “교사들로부터 성차별적 발언을 매일같이 듣는다”라며 “학교에서부터 여성혐오를 학습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 장소에 설치된 칠판 모형에는 ‘여자가 돈 밝히네. 김치녀니?’ ‘안 예쁘면 화장이라도 하고 다녀라’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는 남학생들을 흥분시킨다’ 등 참가자들이 평소 들었던 혐오발언이 빽빽이 적히기도 했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이라는 권력관계 탓에 문제제기는 쉽지 않다. 한 참가자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발언을 수없이 들어왔지만 취업과 진학에 문제될까 염려돼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관련 얘기를 해야 했다”며 “문제제기를 했지만 ‘뭘 그렇게 예민하게 구냐’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재작년 수학여행에 가고 싶지 않다고 교사에게 말하니 ‘내가 네 생기부(생활기록부) 담당 교사다’라는 말을 하더라”고 폭로했다.

교사뿐 아니라 또래 남학생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고등학생 박모(18)양은 “올해 초 남학생들이 일상적으로 여학생들을 상대로 신체부위에 순위를 매기고 품평을 해왔다는 걸 알게 됐다”라며 “체육시간에 스킨쉽을 하고 이를 업적인양 떠들고 다녔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수많은 학생들이 학내 징계위 등에 회부됐지만 단 한 명에게만 ‘서면 사과’ 처분이 내려졌다는 게 박양 설명이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해 교육청 정문 앞에 ‘위드유(#With you)’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집회를 마쳤다. 2차 집회는 오는 18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다.

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에서 들었던 혐오발언 등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열린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 학생회 날 스쿨미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학교에서 들었던 혐오발언 등을 적고 있다. 연합뉴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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