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들의 마케팅 및 홍보 활동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전동화,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미래'을 언급하는 것, 또 하나는 현재의 강점을 강조하기 위한 모터스포츠로의 어필, 그리고 마지막은 바로 '과거에 대한 영광'을 언급하는 것에 있다. 특히 '역사', 즉 헤리티지에 대한 건 거의 대부분의 브랜드가 자처하는 영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정말 많은 브랜드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본질부터 지난 시간 동안 쌓아 올린 기억과 역사의 장면들을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닛산 또한 헤리티지에 대한 매력을 더욱 알리기 위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닛산의 보물이 담긴 닛산 자마의 '닛산 헤리티지 콜렉션'
요코하마 본사에서 약 20여 km가 떨어진 닛산의 자마 공장에 최근 특별한 간판이 하나 내걸렸다. 바로 '닛산 헤리티지 콜렉션'이다. 이 곳은 닛산의 첫 자동차부터 현재의 자동차까지 모든 차량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서 닛산의 역사를 담고 있는 여러 차량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당초 VIP 및 사전 협의로 방문이 합의된 미디어 등에게만 공개되던 곳이었는데 최근 닛산은 이 곳을 공개 전환하여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투어를 할 수 있는 '헤리티지 존'으로 재구성했다. 다만 당초 목적 자체가 '역사적인 차량을 보관하는 개러지'였던 만큼 멋들어진 스타일의 전시공간이라기 보다는 보관처를 마련해 관리, 정비하여 보관하고 있는모습이다.
지금의 닛산으로 시작되는 닛산 헤리티지 콜렉션
닛산 헤리티지 콜렉션의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현재의 닛산'부터 만날 수 있다. 르노 트위지에 닛산의 엠블럼을 붙인 것을 볼 수 있고 그 옆에는 보닛을 들어 'e-파워 시스템'을 선보이는 노트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세레나 등이 전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한쪽에는 뽑기 기계가 마련되어 있어 현장을 찾은 아이들을 반기는 모습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존재는 단연 닛산 GT-R GT3 레이스카다.
닛산 GT-R의 경우 데뷔한지 제법 된 차량이지만 FIA GT3 규격의 레이스카는 꾸준히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도 GT3 레이스 무대에서도 팔팔한 현역으로 뛰며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실제 아시아를 대표하는 GT 레이스, '블랑팡 GT 시리즈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GT 레이스에서 GT-R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닷선 12 페이톤으로 시작하는 역사
닛산 헤리티지 콜렉션의 첫 번째 자리는 1933년 등장한 '닷선 12 페이톤'으로 시작된다. 사실 닛산은 초기에는 '닷선'이라는 브랜드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후 그룹사의 이름인 '닛산'을 앞세우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브랜드 명을 바꾸었다고는 해도 닛산 초기의 차량들은 한 동안 닛산보다는 닷선의 이름으로 제작, 판매되었다.
어쨌든 1933년, 당시의 닛산은 지금의 V-모션처럼 강렬한 디자인이 아닌 '당대 시대의 흐름'과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브랜드 초기의 디자인이었던 만큼 당시 시대 상에 따라 지속적인 변화가 이어지는 걸 볼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그리고 태평양 전쟁 시기 전까지의 닛산 차량들의 디자인은 꾸준히 유사성을 이어갔다. 일부 상용 차량 형태의 모델들의 경우 디자인이 조금 변화된 걸 볼 수 있지만 클래식한 프론트 그릴과 돌출된 헤드라이트 유닛 등은 다시 차량 디자인의 트렌드를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1960년대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차량들이 등장한 시기다. 세드릭, 시마, 블루버드는 물론이고 지금의 GT-R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하코스카)가 등장하는 등 다양한 차량들이 선보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패스트백 스타일을 반영한 스포츠쿠페, '페어레이디 Z'의 시작 또한 이루어 진다.
이후의 시대는 직선의 시대다. 페어레이디 Z 홀로 곡선과 패스트백 스타일의 스포츠 쿠페를 유지하지만 그 외의 차량들은 모두 자로 잰듯한 디자인이 연이어 등장했다. 당시의 가젤, 세드릭은 물론이고 블루버드, 실피 등 대다수의 차량들이 모두 이러한 디자인 기조를 그대로 반영한 모습이었다.
심장을 두근 거리게 만드는 존재, GT-R
한편 차량들을 둘러보던 중 두근거리게 만드는 존재들을 볼 수 있었다. 바로 닛산 GT-R 시리즈들의 연이어 자리하고 있던 것이다.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많이 알려진 GT-R(R34)는 물론이고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R32 또한 함께 자리하며 'GT-R' 군단의 존재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GT-R은 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스포츠카 전성 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사람들 마다 베스트카의 기준이 다르지만 적어도 GT-R은 대다수의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당대 최고의 스포츠카 톱 3에 들기 부족함이 없는 존재다. 덕분에 주변에 있던 실비아를 제대로 보지 못해 아쉬움이 있었다.
시대를 반영하는 레이스카들의 축제
이번 닛산 헤리티지 콜렉션을 방문하고 싶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레이스카들과의 만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닷선 시절부터 최신의 레이스카까지 닛산이 선보였던 다양한 레이스카들이 자리해 있었다. 일부 차량들은 레이스 도중 파손된 상태 그대로 유지된 모습을 볼 수 있어 더욱 인상적이었다.
특히 과거의 레이스카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작은 차체를 키우려는 노력'이 여실히 드러나 더욱 인상적이었다. 위의 레이스카들 처럼 보다 넓은 규격의 타이어를 장착하기 위해 와이드 바디 킷 등을 대거 적용해 존재감을 강조한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한편 르망에 대한 닛산의 도전 또한 함꼐 살펴볼 수 있다. 최근 닛산은 델타윙을 통한 LMP2 클래스 도전과 LMP1에 대한 도전까지 펼친 후 르망의 무대를 떠났다. 하지만 과거에는 더욱 활발한 활동으로 닛산의 이름을 더욱 널리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이런 과정은 당대 닛산을 비롯한 일본 주요 브랜드들의 공통된 활동과 같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최신의 GT 레이스카들
위의 리프 GT300과 GT-R(R34) 레이스카, GT-R(R35) GT3 그리고 일본을 대표하는 GT 레이스카 'GT-R GT500'에 이르기까지 닛산은 일본내 다양한 모터스포츠 활동을 통해 닛산과 니스모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GT-R 특유의 두터우면서도 강렬한 존재감은 무척이나 인상적이고, 뉴스 속에서 보던 존재도 또 만날 수 있었다. 실제 EV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해 개발되었던 리프 GT300 또한 무척 인상적인 존재였다.
GT-R의 사운드를 듣는 특별함
한편 헤리티지 콜렉션을 둘러 보던 중 현장에서 차량을 정비하던 직원들이 현장을 찾은 이들을 위해 깜짝 이벤트를 마련했다. 바로 닛산 GT-R(R32)의 시트에 앉아 RPM을 끌어 올리고, 또 이를 통해 R32의 포효를 드는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GT-R 주변에 둘러서며 그 모습을 바라보고 또 직접 체험하면서 득별한 시간을 보냈다.
닛산의 보물창고
닛산 관계자는 "닛산 헤리티지 콜렉션은 아직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장소는 아니다"라고 말하며 "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분이 있다면 언제든 이곳을 찾아 닛산의 다양한 차량을 살펴볼 수 있도록 준비되었으니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자마 장에 위치한 닛산 헤리티지 콜렉션은 말 그대로 보물창고와 같았다. 닛산 스포츠카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이 있는 이라면 이 곳을 꼭 들릴 것을 권하고 싶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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