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간편식’ 전성시대다. 예전에는 식당에서나 먹곤 했던 찌개나 보양식 등을 요즘은 포장 뜯고 가열만 하면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가정간편식 흥행의 주된 이유로 많은 주부들이 ‘손맛’을 든다. 천편일률적인 조미료 맛이 아니라 가정이나 오래 된 식당에서 맛본 것과 비슷한 손맛을 재현해낸 제품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 비결은 조리기술에 있다.
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가정간편식 시장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19.1%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했다. 가정간편식이 외식업계를 위협하는 이른바 ‘대세’로 자리잡은 데는 ‘인스턴트’라는 인식을 벗은 영향이 크다. 맛은 물론 품질을 유지하고 소비자 편의를 향상시킬 수 있는 차별화한 조리 기술력으로 경쟁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상 청정원은 냄새 잡기나 식감 내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부산물을 주재료로 한 ‘안주야’를 선보였다. 막창과 곱창, 닭발, 돼지껍데기, 오돌뼈 등 안주로 인기가 많지만 재료 손질이 쉽지 않아 집에서 요리하기 꺼려지는 식품을 맞춤형 레시피를 이용해 가정간편식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닭발은 170도 오븐에 구워 기름기를 쫙 빼 식감을 쫄깃하게 유지했고, 막창과 돼지껍데기는 전문점의 커피를 넣어 삶아 잡내를 제거한 다음 가마솥에 볶아 풍미를 높였다.

청정원 ‘휘슬링쿡’은 가정간편식을 집에서 데울 때 맛과 식감, 모양이 가장 좋은 시간에 조리 소리가 나도록 만들었다. 또 제품 용기 덮개에는 작은 밸브를 붙였다. 열기가 이곳을 통해 전달되면서 최소한의 열로 짧은 시간 안에 조리가 된다. 열에 따른 재료 손상을 줄여 원재료의 식감과 맛을 살리기 위함이다.
다양한 죽 가정간편식을 내놓은 동원F&B는 용기에 신경을 썼다. 집에서 죽을 끓일 때 냄비 바닥에 눌어붙지 않도록 국자로 저어주는 것처럼 특수 살균기로 용기에 죽을 담을 때 계속 흔들어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음식이 집에서 갓 만든 것처럼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해선 수분 조절이 필수다. 진공 포장된 식품을 가열하려면 포장을 뜯거나 구멍을 뚫어야 하는데, 이 상태에서 열을 가하면 수분이 날아가 재료 본연의 맛을 잃게 된다.
롯데푸드는 가정간편식 ‘쉐푸드 육교자’를 출시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포장 기술을 적용했다. 제품을 봉지째 가열하면 포장지가 부풀어 오른다. 그 내부에서 증기가 대류하며 찜 같은 효과를 내 육즙과 만두피를 촉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출구를 통해 자동으로 증기가 빠져 조리는 2분 안팎이면 끝난다.
서명현 대상 편의1팀장은 “1인 가구 증가라는 사회적 흐름도 영향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집에서 직접 해먹는 음식과 견줘도 경쟁력 있는 맛과 메뉴 개발이 가정간편식 시장 성공의 열쇠”라며 “제품 특성에 맞는 기술력과 설비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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